영화 '1987'.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현대사를 스크린에 옮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그것도 불과 30년 전, 그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지금도 생생히 남아있는 사건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영화 '1987'은 한 대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해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진 1987년 한해의 이야기를 다룬다. 6월 민주항쟁을 전면으로 다룬 한국영화는 이 작품이 처음이다. 영화는 그러나 주저하거나 에둘러가지 않고, 담대하게 그 시절을 소환해낸다. 1980년대 시대적 배경은 물론 각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고증을 통해 충실하게 구현한 대목에서는 감독의 진정성과 소명의식이 느껴질 정도다.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등에서 개성 있는 영화 세계를 보여준 장준환 감독은 이번에도 뚝심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장 감독은 13일 간담회에서 "비록 상업영화지만, 1987년에 용감하게 양심의 소리를 내고, 피땀 흘렸을 그분들을 생각하며 진심을 다해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허구와 유머를 적절히 안배하며 재미도 추구해 상업영화로서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 시절을 잘 모르는 젊은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게 영화적 장치도 마련했다. 영화 '1987'.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대공수사처 박처장(김윤석)은 곧바로 시신을 화장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로 사건이 알려지자,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기괴한 해명을 내놓는다. '대학생 쇼크사'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여러 사람의 용기로 세상에 알려지고,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다. 영화는 각 국면에 따라 중심인물을 내세워 이들의 활약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영화 '1987'.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1987'.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각각의 인물들이 양심과 신념에 따라 선택한 행동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격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실화 자체가 지닌 힘이 큰 데다, 각 인물을 따라가며 교감하다 보면 감동과 눈물은 저절로 따라온다.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두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너래, 애국자야. 고개 빳빳이 들고 살라우". 북한 사투리를 쓰면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윤석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시종일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설경구, 문성근, 김의성, 여진구, 강동원 등 특별출연한 배우들조차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작은 배역이지만, 진심이 묻어난다. 영화 '1987'.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1987:When the Day Comes(그 날이 오면)'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이한열 합창단이 부른 '그날이 오면' 노래와 함께 6월 항쟁 다큐 영상도 함께 흐른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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