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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 (36)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
퇴원해도 삶의 질 낮아지고 일상생활 복귀에 어려움 겪어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17. 12.20. 20:00:00

중환자들은 오랜 기간 투병을 하며 얻은 2차적 증상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기도 하는데, 중환자실에서 생존한 환자 중 약 30~40%가 각종 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에 윤소희 제주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는 물론 이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제주대병원 중환자실.

중환자실 생존 환자 중 30~40% 신체·정신적 장애 등 경험하기도
퇴원 후 길게는 수년간 증상 지속
치료·관리 물론 예방 노력 중요
중환자 진료 다학제팀의 협력과 재활 프로그램 개발 등 필요

윤소희 교수

의술과 관련 장비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그동안 완치가 어렵던 질병이 하나둘씩 의학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사고나 질병 등으로 장기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환자들이 오랜 기간 투병에 따른 2차적인 증상으로 인해 또다른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제주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윤소희 교수의 도움으로 중환자들의 치료후 나타나는 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병원 입원 환자들은 대부분 일반병동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간혹 중증 질환으로 인한 급성 악화나 심한 장기 손상이 동반된 외상 환자 또는 수술 후 관리 등을 위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환자들의 치료는 급성기 생존을 위한 치료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생존한 환자 중 퇴원 후에도 원만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연구결과마다 다르지만 중환자실에서 생존한 환자나 보호자들 중 약 30~40%에서 신체적, 정신적 혹은 인지기능의 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문제들은 퇴원 후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일상 생활 복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중환자 치료 후 신체기능 장애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을 겪는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후에도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입원한 중환자에서 발생한 전신 근력 약화 현상을 일컬어 중환자실 획득 쇠약이라 한다. 중환자 치료 중 진정제, 부동자세 유지 등으로 유발되는 신체 쇠약은 불량한 중장기적 생존률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중환자실 획득 쇠약은 생존 퇴원 후 중장기적 예후와 관련한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의 핵심으로 80%에서 2년 이상, 길게는 5년 이상까지도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 중환자 치료 후 인지기능 장애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자들 중에서 치료 전과 비교 주의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집중치료 직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인지기능 저하를 보이지만 퇴원 후 겪게 되는 인지기능저하는 단순히 치매 등 병 전에 존재하던 퇴행성 질환에 의한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증질환에 따른 여러 요인이 인지기능 손상과 연관됐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판단하고 있다. 집중치료와 관련된 인지기능저하의 위험요인으로는 저산소증, 저혈압, 패혈증, 이상혈당증, 섬망, 수면장애 등이 있다. 적절한 진정 유지와 섬망 관리는 집중치료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인지기능 문제를 예방하는 일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의식 상태에 따라 수동운동, 능동운동, 앉기, 서기, 걷기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조기 운동 치료는 중증질환에 따른 인지기능 손상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도 필요하다. 신체 재활은 그 자체로 뇌혈류 상태를 개선시키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며, 조기 운동치료는 섬망의 발생과 입원 기간을 줄여 위험요인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 중환자 치료 후 정신과적 문제

중환자 치료 시 환자들은 호흡곤란, 통증, 기도삽관에 따른 불편감, 의사소통의 어려움, 신체제약 및 섬망 등 극도의 신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불안, 초조, 공황, 불면 및 악몽 등의 심리적 반응을 나타내며, 섬망에 따른 환각, 망상 등의 정신증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환자는 정신적으로 취약해져 퇴원 후에도 장기간 지속되는 정신과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복 기간 동안 치료 및 재활의지와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일상 생활로의 복귀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정신과적 문제는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다.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중환자실에서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진정, 통증, 및 섬망 관리와 안정적인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입원 중인 환자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평가하고, 필요시 적절한 정신심리적 지원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나 약물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은 증상 발현 시 적절한 치료와 관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환자의 신체 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궁극적 의미의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의사, 간호사, 영양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중환자 진료 다학제 팀의 협력과 함께 환자 및 보호자의 심리적 지지와 교육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퇴원 이후에도 재활 과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외래, 시설, 또는 가정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윤소희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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