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7월, 지인으로부터 제보전화를 받았다. 중산간 곶자왈을 파헤쳐 축산분뇨를 대량 불법 매립했다는 내용이었다. 한라일보 특별취재팀이 야음을 틈타 취재한 숲은 축산분뇨가 섞인 거대한 늪으로 변해 한여름밤 열기와 함께 내뿜는 악취가 진동했다. 불법 매립 후 한달 이상 지나고, 장마로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그러했으니 매립한 양이 어마어마했으리라 짐작했다. 이른바 '축산분뇨 곶자왈 불법 매립 사건'이 이슈화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당시 몇몇 양돈업자들은 추가 취재를 위해 현장을 다시 찾은 취재진을 위협했다. 삽 등을 들고 나타난 그들은 축산 관련 공무원들과 토양 시료를 채취하던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들이 지켜보는데도 "너희 부모는 농사를 짓지 않느냐?"며 "묻어버리겠다"고도 했다.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억지 질문과 사안의 심각성을 감추려는 꼼수 협박 덕에 취재는 탄력을 받았다. 이후 제주도의회가 중장비를 동원해 현장을 조사하고, 감사위원회도 관련 부서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결국 제주도는 양돈농가와 생산자단체, 관계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축분뇨 적정처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동식물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암모니아와 질산성질소 등의 유해성분이 일반 토양의 수백배가 검출됐다는 보건환경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과는 한참 후에 발표됐다. 정확히 11년이 흐른 뒤 다시 그곳(상명리)에서 축산분뇨 불법 배출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양돈업계는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도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16일 한림읍사무소에서 열린 '제주도 악취관리 지정계획(안)' 설명회에 참석한 양돈업자들은 행정 당국에 불만을 표시했다.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이제 와서 양돈농가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도, 양돈농가도 변한 건 없었다. <표성준 행정사회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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