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송재찬 동화작가는 가장 먼저 읽었던 제주도 옛이야기인 '허웅아기'를 바탕으로 창작동화를 내놓았다. 이승과 저승 살림하던 허웅아기 다리 절고 말더듬는 새엄마되어 가족 소중함을 다룬 창작동화로 박홍근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동화작가 송재찬씨다. 아무도 4·3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았던 유년의 기억은 세종아동문학상 수상작인 자전적 소년소설 '노래하며 우는 새'(2006)에 담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주도내 초등학교에서 2년쯤 교사로 재직하다 경북으로 근무지를 옮겼고 지금은 서울에 정착해 살고 있는 송 작가는 한동안 마음시린 상처를 안긴 고향을 외면하며 살았다. 그러다 다른 지역의 선배 작가가 제주 설화를 바탕으로 쓴 동화에 충격을 받고 고향이 품은 옛이야기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제주도 할머니를 찾습니다', '하얀 야생마', '비밀족보' 등이 제주에 전해오는 이야기에서 길어올린 작품들이다. 그가 다시 제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장편동화를 내놓았다. 가족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새엄마는 허웅아기'다. "어른이 되어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동화에 눈을 뜨게 되자 제주도가 옛이야기의 보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웅아기'는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제주도 옛이야기입니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허웅아기는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옛이야기 속 허웅아기는 어리지만 살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하는 여자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살림을 도맡아 처리하던 허웅아기를 붙잡아두려는 이웃집 할머니의 욕심에 허망한 죽음을 맞는다. 교통 사고로 엄마를 떠나보낸 명혜네 가족이 등장하는 '새엄마는 허웅아기'엔 다리를 절고 말까지 더듬는 새엄마가 허웅아기처럼 살림 솜씨가 뛰어난 인물로 그려진다. 고양이와 식물들이랑 대화를 나누는 능력도 지녔다. 가족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던 새엄마가 잃어버린 반지 목걸이 때문에 집을 나가게 되지만 작가는 여운을 남겨둔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하얀 털 탐스런 고양이에서 허웅아기를 떠올렸다는 작가는 "제주도 옛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 '오늘이'처럼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주도를 더 생각하게 된다"는 그는 연말쯤 설문대할망 설화를 다룬 그림책을 펴낼 예정이다. 별숲. 1만15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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