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카메라가 유영하듯 물속에 있는 집안 내부를 훑는다. 떠다니는 탁자와 다른 가재도구들, 그리고 마치 침대 위처럼 반듯하게 누워 잠자는 한 여인.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은 몽환적인 첫 장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으로 꿈처럼 펼쳐질 판타지를 예고하는 듯하다.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센터 비밀 실험실이 영화의 무대다. 이곳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매일 밤 정확한 시간에 눈을 뜬 뒤 씻고, 도시락을 챙겨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목에 상처가 있는 그는 어렸을 때 목소리를 잃었다. 시계추처럼 늘 똑같은 그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 건 실험실에 괴생명체가 들어오면서부터.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한편의 동화 같다.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처럼 애틋한 로맨스를 바탕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더욱 어른스럽게 들려준다. 엘라이자와 괴생명체는 눈빛과 손짓으로 교감하지만,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본다. 언어, 외모는 물론 같은 종(種)이 아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은 평범한 여인의 삶을 바꾸고, 죽음조차 무릅쓰게 하는 용기를 준다. 판타지의 거장으로 불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물과 사랑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변화의 힘"이라며 생명과 변화의 원천인 물에 빗대 사랑의 위대함을 이야기한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극 중 괴생명체는 남미의 깊은 물 속에 사는 마지막 개체로, 아마존 원시 부족이 신처럼 모시는 존재로 나온다. 물속과 육지에서 모두 숨을 쉴 수 있는 이 생명체는 인간과 비슷한 형체에 온몸이 비늘로 뒤덮이고,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달렸다. 그러면서도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신비로우면서도 남성미가 넘친다. 제작진은 엘라이자가 사랑에 빠져도 관객이 거부감이 들지 않게 괴생명체를 형상화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는 주변 인물을 통해 소통에 관해서도 짚는다. 엘라이자의 '절친' 젤다(옥타비아 스펜서)는 남편과 거의 대화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 대한 불만을 시도 때도 없이 엘라이자에게 털어놓는다. 엘라이자 옆집에 사는 가난한 화가 자일스(리처드 젠킨스)는 매일 똑같은 식당만 찾는다. 그 식당 주인이 유일하게 그에게 아는 체를 하고,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 작품은 지난해 제74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다음 달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상에도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청소년 관람 불가. 2월 22일 개봉.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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