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제주의 핫이슈가 '똥'이 됐을까. 청정제주라더니 똥에 관한 뉴스가 하루도 안들리는 날이 없다. 똥물, 똥냄새로 그야말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지난주 제주도가 불법배출된 가축분뇨로 인한 제주 지하수 오염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양돈농가가 지하수가 생성되는 통로에 수년째 축산분뇨를 버려온 사실이 드러났을 때 제주 지하수의 오염 정도는 심각했다. 제주도가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일대 지하수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하수 관정 14곳 중 9곳에서 질산성 질소 농도가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지하수 환경기준(10㎎/ℓ 이하)을 초과했다. 이같이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하는 데는 길게는 수십 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똥물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럴 지인데 양돈업계는 반성은커녕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늦추기 위한 조직적 대응에만 몰두했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달 29일까지 악취가 허용 기준을 초과한 도내 양돈장 96곳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돈업계가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반대하고 나서며 지정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달 24일까지 제주도에 접수된 의견서 479건 가운데 477건은 양돈업계가 조직적으로 제출한 의견서였다. 이토록 조직적으로 움직일 때는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대신할 뾰족한 개선책이라도 제시했지 싶어 제주도 관계자에게 "그럼 양돈업계가 내놓은 개선책은 뭔가"라고 물었지만 관계자의 대답은 "없다"였다. 지난해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건에 분노한 한림읍 지역주민들의 항의집회서 보였던 피켓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농가는 보조금 콸콸, 지하수는 똥물 콸콸' '돼지는 문 열고, 사람은 문 닫고'. 이게 현실이다. 이쯤이면 양돈업계는 지금 필요한 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똥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손정경 행정사회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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