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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윤의 백록담] '워라밸'… 그림의 떡?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18. 03.05. 00:00:00
올해 우리사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워라밸'이 대세가 되고 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일컫는 말이다.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얘기하는 단어로 등장했다. 워라밸은 받는 급여에 관계없이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거나, 퇴근 후 SNS로 하는 업무 지시, 잦은 야근 등으로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워라밸'에 대한 직장인들의 기대심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937명을 대상으로 '워라밸 문화가 어떻게 변할지' 묻는 질문에 직장인 52.8%가 '확산될 것'이라 답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란 답변은 28.5%였고,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은 18.7%로 가장 적었다. 워라밸 문화 확산을 예측한 직장인들이 꼽은 이유로 '이미 공공기관, 유통 대기업을 중심으로 워라밸 보장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서'가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워라밸 세대(1988~1994년생)가 증가하고 있어서(30.5%)', '눈치 보기식 야근, 초과근무 등이 사라질 것 같아서(29.1%)', '장시간 근무보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등 기업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어서(28.7%)' 등도 워라밸 문화 확산을 예측한 이유로 꼽혔다.

'워라밸'의 확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길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근로자들의 '워라밸'과 달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근로자 확보는 물론 추가 임금지출 등에 따른 경영난을 걱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일 수도 있다. 관광관련 업체 비중이 큰 제주지역은 남들 쉬는 주말 휴일과 공휴일에 일해야 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모든 근로자들이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가뜩이나 힘들게 직장을 잡은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연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 기대하고 있는 고령사회 문제나 출산문제 해결 등도 근로자들에게 시간적 여유 제공으로만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시간을 줄여 여가를 늘리면 생산성 향상과 내수 경기 진작의 선순환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는 정부의 정책이 연착륙하기 위해선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유예나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워라밸'을 추구하면서 야기될 수 있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대기업 직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고용직원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 또 연장근로 단축으로 수당 등이 줄어 임금 감소가 뒤따른다. '워라밸'이 누구에겐 꿈같은 현실이고, 누구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연착륙이든, 불시착이든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첫 심판은 앞으로 100일 후인 6월 13일 내려질 것이다.

<조상윤 경제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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