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문학비평가 현순영씨가 '응시와 열림의 시 읽기'란 이름으로 첫 비평집을 냈다. 시집 평·해설 등 약 40편 "시인의 언어 응시하는 일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시인들은 대개 아파서 시를 쓰는 것 같다. 아픈 사람들이 모두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인들이 아픈 사람들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시와 개인적 아픔을 점점 강하게 결속시켜 나가는 시인들이 있는가 하면, 시로써 아픔을 넘어서며 좀 더 보편적인 소통의 장(場)으로 문을 열고 나아가는 시인들도 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시인들이지만 그들의 체험을 추체험하려 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며 그들의 질문을 오래 머금으려 했다. 그런 성찰의 순간에 때때로 문장의 주어는 시인이나 시적 화자가 아닌 그 자신이 되었다. 제주출신 현순영(전북대 강사)씨의 첫 비평집 '응시와 열림의 시 읽기'는 그 여정을 담고 있다. 시인들이 삶과 어디쯤에서 어떻게 불화하고 화해하는지를 살피는 과정은 사랑과 삶을 환하게 열어가고 싶은 그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고백한다. 그간 이루어진 시 비평 작업이 "시인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얻어배우려 했던 내 분투기인 셈"이라고. 이중에는 나기철의 '젤라의 꽃', 현택훈의 '남방큰돌고래' 등 오래전 인연이나 청탁으로 쓰여진 제주 시인의 시집에 대한 글도 있다. 그 시들을 통해 사랑보다 힘이 센 이별 뒤에는 자유('남방큰돌고래')가 오고 좋은 시들은 견고한 구조를 지향하는 간결한 표현으로 '생의 감각'을 되살리고 삶을 향기롭게('젤라의 꽃') 한다는 걸 본다. 그의 평문 제목에는 나, 우리같은 어휘가 눈에 띈다. 나, 우리는 대척점에 있거나 어느 것이 우위에 있지 않다. 자기 존재에 대한 탐구를 치열하게 수행하려면 '나'에 집중해야 한다. 아픔과 불안을 공유하고 말살되어 가는 생명을 깨우려면 '너와 함께하는 나'인 우리가 필요하다. 시를 읽으며 깊고 넓어졌고 나를 비울 용기를 갖게 되었다는 그는 "이제 '나'를 떠나보내고 내 안에 '우리'를 들이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우리'는 단순히 사회·역사적 문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이 '나'에 대해 쓰되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사회의 연관성, 역사 속의 '나'의 위치를 생각하면서 쓴다면 그 시는 소재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해도 공감이 가능하고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정시학. 2만3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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