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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4)]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⑭낯익은 도꼬마리
우리나라서도 흔한 '도꼬마리' 몽골서도 관찰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입력 : 2018. 04.16. 00:00:00

노르진하이르한의 부얀트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공사현장 뚫고 도착한 '노르진하이르한'
수량 풍부, 풍광 아름다워 휴양지로 각광
그곳에서 만난 낯익은 식물 '도꼬마리'


김찬수 박사

호브드아이막의 도청소재지 호브드, 그 중에서도 중심이라고 하는 자르갈란트 솜을 출발했다. 목적지를 향해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길은 부얀트솜을 향해 간다. 이제부터는 완전한 비포장도로다. 출발한 지 조금 지나 돌산을 통과하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건조한 상태다. 가물었을 때 나타나는 바위표면 모습이 아니다. 오랜 세월 그냥 그렇게 노출돼온 상태라 할 수 있다. 아마 달이나 화성의 표면이 이럴 것이다.

도로는 이제 한창 포장공사 중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뽀얀 먼지가 앞을 가린다. 사실 몽골은 도로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가는 곳마다 도로포장공사가 한창이고 공항을 새로 만들거나 확장하는 공사도 볼 수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환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공사판을 뚫고 덜커덩 거리면서 달리다 어느 순간 아! 하는 탄성이 나온다. 콸콸 넘치듯 흐르는 강물이다. 이런 사막을 달리다보면 물도 신기한 것이다. 숲은 더 신기하다. 노르진하이르한(Norjinkhairkhan)이라는 곳이다. 수량이 풍부하고 숲이 우거졌으며 풍광이 아름다워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건 오아시스다.

싱싱한 나무들로 넘쳐나고 꽃들이 피어났으며 새들은 노래하고 있다. 이 생명의 숲! 얼마만인가! 나무들은 높이가 5m 정도다. 가지가 서로 맞닿을 만큼 빽빽하다. 그 사이를 뚫고 물길이 나 있다. 간간이 웅덩이가 생겨 물이 고이고, 깊이에 따라 알맞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습지 주위의 높은 지대는 심한 건조 상태다.

물과 생명,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우면 몽골사람들도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겠는가. 많은 여행자들이 쉬어가고, 몽골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머물게 마련이지만 사람이나 가축이나 목마른 자는 언제든 먹을 수 있을 만큼 물은 깨끗하다.

나무 대부분은 버드나무다. 몇 가지 습지식물들을 관찰하다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식물을 발견했다. 아주 눈에 익은 듯 하면서도 한편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도꼬마리(Xanthium strumarium)다. 이 식물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지천으로 자란다. 특히 다소 습한 길가에 흔하다. 제주도에서도 길가, 마을 공터, 택지 개발 중인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생활 주변에서 아주 쉽게 보이면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게 마련이다. 좀 귀한 물건이라야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게도 되고 요모조모 따져보기도 한다.

몽골 알타이에 자라고 있는 도꼬마리.

도꼬마리도 마찬가지다. 더욱 이상했던 것은 한국에서, 제주도에서 그렇게 흔한 식물인데도 20회 가까운 몽골식물 탐사 중엔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식물을 몽골에서도 알타이까지 와서 처음으로 보게 되다니 의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꼬마리는 국화과의 도꼬마리속 식물이다. 이 종 외에도 우리나라엔 가시도꼬마리(Xanthium italicum)와 큰도꼬마리(Xanthium canadense) 등 3종이 자란다. 이들 모두 길가나 경작지에 흔히 자란다. 도꼬마리는 유라시아, 가시도꼬마리는 유럽, 큰도꼬마리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식물들이 우리나라 자생종인가 귀화종인가 하는 것이다. 모두 귀화식물로 보는 자료도 있다. 여기서 보고 있는 이 도꼬마리는 유럽과 서아시아를 잇는 광역 분포 기원을 가진 유라시안대륙 온대 식물로 종자에 달린 갈고리로 산포하는 특성 때문에 한반도에 인류가 도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입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자료도 있는 것이다.

신성한 곳으로 철저히 보존하고 있다.

이 식물의 열매에는 다른 물건 또는 동물의 털에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갈고리모양의 돌기가 발달해 있다. 이게 얼마나 잘 붙으면 1948년 스위스의 발명가 게오르게 데 마에스트랄이라는 발명가는 이것을 응용해 단추나 끈보다 더 쉽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벨크로'를 발명했겠는가.

그렇다면 제주도의 도꼬마리 역시 사람의 이동과 함께 했을까? 제주도가 육지였을 빙하기 때 대형 포유류 몸에 붙어 이동하지는 않았을까? 매머드, 야생말, 호랑이, 곰, 사슴, 노루, 유라시아에는 수많은 포유류가 살고 있었을 테니까.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부얀트강과 호브드강

부얀트강은 호브드강의 오른쪽 지류를 말한다. 발원지는 몽골 알타이산맥 중부의 동 사면이다. 상류에서는 강이 넓은 계곡에서 호수를 이루면서 북동쪽으로 흐르는데 이를 별도로 치기르타인강이라고 부른다. 하류에서 델룬강과 합류하여 부얀트강을 이룬다. 이 부얀트강은 쿡크 세르킨 산맥을 가로지르는 깊은 골짜기를 지나 북쪽으로 흘러 넓은 평원인 호브드시에 이른다. 이 강은 이 일대 반사막지역을 적시며 하류에서 호브드강으로 흘러든다. 강의 길이는 237㎞, 유역 면적 8367 ㎢이다. 강물의 대부분은 빗물이고 빙하가 녹은 물은 거의 없다. 최고 수위는 6월과 7월이며, 가을에는 얼고, 겨울에는 얼어붙는다.

탐사대는 지금 이 부얀트강을 북쪽 약 5~10㎞에 평행하게 두고 동북쪽으로 달리는 중이다. 이 강은 호브드시를 벗어나서 얼마 안돼 건조한 사막을 좁고 빠르게 흐른다. 그러다가 이 지점에서 우리가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는 드넓은 평원으로 수많은 작은 지류로 갈라지면서 델타를 이루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평평한 습지로 보인다.

호브드강이란 알타이산맥의 타반 보그드산에서 발원하여 카르 우스호로 흘러드는 강이다. 몽골에서 6번째로 긴 강으로서 길이는 516㎞이다. 부얀트강을 비롯해서 길고 짧은 수많은 지류들을 거느리고 있다.

타반 보그드산은 몽골, 중국, 러시아의 국경이 갈라지는 산으로서 해발 4374m이다. 이 산은 대부분은 몽골의 바얀 올기 아이막에 있으나 북사면은 러시아의 알타이공화국, 서사면은 중국의 부르킨현이다. 정상은 만년설로 덮여 있다.

타반 보그드산의 타반은 '다섯'을, 보그드는 '성(聖)'을 뜻하여 높은 봉우리 다섯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쿠이텐봉, 다음으로 나이람달봉, 말친봉, 비르게드봉, 올기봉이다.

호브드강은 이와 같은 높은 봉우리들에서 발원하는 강으로서 만년설이 녹아 흐르며 수량이 풍부하다. 몽골의 호브드 아이막은 이 강 이름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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