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문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DB 선조들의 풍류 느낄 수 있어 신선 길 걷기에선 작은음악회 분홍 참꽃 흐드러져 비경 연출 '신선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문' '영산 한라산으로 오르는 길목' '신의 정원' '영구춘화' 등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방선문'이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이런 이름을 가질까 궁금하다면 시간을 내어 그 곳으로 가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안개비가 내리던 지난 7일 방선문계곡 옆에는 제주참꽃이 만발해 있었다. 안갯속 초록은 더 빛나고 더 황홀했다. 제주참꽃잎은 빗방울 액세서리를 저마다 하나씩 달고 있었다. 계곡의 기암은 더 오묘한 빛을 냈다. 맑은날에는 계곡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빛을 품은 계곡을 만날 수 있는 곳, 촉촉히 비가 내린 날에는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신록이 가득한 5월 이곳에서는 축제가 펼쳐진다. ▶방선문은 어떤 곳?=국가명승지 제92호로 지정된 '방선문(訪仙門)'은 '신선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문'이란 뜻이다. 제주에 부임한 목사나 유배인 등 선비들이 봄꽃이 흐드러질 때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과거 선조들은 한라산을 무대삼아 방선문, 환선대, 우선대, 등영구의 제액을 바위게 새겨 신선의 세계로 오르는 선경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요즘 방선문에 가면 푸르른 계곡과 제주의 5월을 대표하는 참꽃이 꽃망울을 터뜨린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선문 계곡은 '구멍이 뚫려서 들린 바위'를 뜻하는 제주어 '들렁궤'라고도 불린다. 한자로는 '등영구(登瀛邱)'라고 표기하는데 일종의 용암교 형태를 이루는 아치형의 지형을 말한다. 선비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역사문화적 요소와 자연경관이 복합된 자연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2호로 지정됐다. 축제가 좀 더 특별한 이유는 프로그램 구성부터 문화와 예술에 중점을 뒀다는 점이다. 전통제례식, 문화백일장, 예술단공연, 전통문화체험 등 주요 행사와 방선문 장원급제, 신선님전상서, 신선과 함께 마시는 차, 신선밥상 등이 부대 행사로 꾸려진다. 한천을 따라 걷는 코스도 또 다른 묘미다. 고지교에서 방선문까지 약 5km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는 제주의 비경을 볼 수 있다. 행사장 주변에는 방선문에서 출발, 열안지오름까지 가는 4.2㎞(도보 1시간 20분) 거리의 탐방로가 조성돼 봄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다. 축제 기간에는 '꽃질(길) 산책', '신선 찾아가는 질(길)' 등 축제에 온 참가자들이 함께 방선문 일대를 함께 걷는다. 낙석의 위험이 있어 2014년부터 계곡에는 드나 들 수 없는 대신 전망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주변을 산책하면서 계곡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방선문 비석 인근 산책로는 참꽃이 식재되어 있어 사진을 찍으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다. ▶방선문축제 열다섯번째 이야기=올해 축제는 오라자연문화유산보전회가 주최하고 방선문축제위원회(위원장 이종실)가 주관해 오는 12~13일 열린다. 행사장은 제주시 오라2동 3819의 11번지로 찾으면 된다. 지난해 열린 방선문 축제에서 방문객들이 참꽃 사이에 각자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걸어 놨다. 신선복장 입고 사진찍기, 웰빙예술거리, 신선밥상, 신선님 전상서 쓰기, 방선문 장원급제, 솔방울 소원지 달기, 신선과 한판(바둑, 오목), 어린이 물물교환 장터 등의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제주도민 무사안녕 기원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종실 방선문 축제위원회 위원장은 "방선문은 예로부터 선비들이 즐겨 찾아 풍류를 즐겼고, 지금도 제주의 꽃인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제주의 대표 명승지 중 하나"라며 "옛 풍류와 오늘의 문화를 아우르고,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참가하신 모든 분들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의 010-7918-5599, 728-4802. 이현숙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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