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도서관에 모인 책 10만권. 책 5권을 가지고 탐나라공화국 여권발급센터에 가면 1년짜리 탐나라공화국 여권이 발급된다. 탐나라공화국 25일~6월 30일 헌책페어 개최 1993년 이후 25년만에 돌아온 ‘책의 해’ “전국 각지서 모여든 헌책 소중한 관광자원” 벌써 10만권… 앞으로도 20만권은 더 받을 것 2013년 보도된 국내 한 언론사의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독서 인구가 계속 줄면서 매년 1억권 이상의 책이 폐지공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이러니 한 점은 법정 보유장서(인구 기준에 따라 각지역의 공립도서관이 확보해야 하는 책의 수)조차 충족하지 못한 도서관들이 매년 수 만권의 책을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로 혹은 '관리하기 버겁다'는 이유로 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식 문화 자산이 폐지나 불쏘시개로 쓰여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책 읽는 문화를 활성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책을 어떻게 잘 보존하느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이 곳을 추천한다. 헌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제주 헌책페어가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37일간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탐나라공화국'에서 열린다. 마침 올해는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찾아온 책의 해이기도 하다. ▶헌책 공화국=전국 각 지역의 헌책들이 탐나라공화국에 물밀듯이 모여 들고 있다. 지금까지 10만권에 가까운 헌책이 탐나라공화국에 도착했다. 헌책으로 한바탕 축제를 열겠다는 강우현(65) 탐나라공화국 대표에게 공감한 한국은행을 비록한 경기도의회, 서울아산중학교, 충청북도 등 여러 기관들이 선뜻 헌책을 내놨다. 제주에서는 고산·토산·애월초등학교와 서귀포시 교육지원청 등이 동참했다고 한다. 헌책들은 소설, 에세이, 대학교 전공 서적까지 종류와 장르를 가릴 것 없이 다양하다. 언제 완성될 지 모르지만 열심히, 꾸준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탐나라공화국. '그럼 헌책 도서관은 언제쯤 완성될 예정이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헌책은 이번 페어가 끝나도 앞으로도 계속 기증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언제쯤 헌책 도서관이 완성할 것 같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건물 공사가 끝났다고 해서 헌책도서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20만~30만권의 헌책을 더 기증 받을 예정이다. 3만평(10만㎡)에 이르는 탐나라공화국을 헌책 공화국으로 만들 생각인가 보다. 헌책 페어는 그저 책이 버려진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기획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강 대표는 "헌책이 100년 후에 소중한 문화 유산이 될 수 있고, 제주에서는 유일무이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고, 또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헌책 페어는 재활용을 통해 헌책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헌책페어를 즐기러 탐나라공화국에 '입국'하려면 책 5권을 가져와야 한다. 책 5권을 갖고 탐나라공화국 내 여권발급센터로 가 수속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5권으로는 1년짜리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고 100권 이상을 가져가면 3년짜리 여권이 발급된다. 그러나 빈손으로 가면 입국 수수료 명목으로 3만원을 내야 한다. 헌책페어가 열리는 기간엔 다채로운 상설전시와 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 중국의 석화예술 창시자인 양중유 선생의 석화예술 작품전과 위칭청 진흙예술전, 나미콩쿠르 입상작품전, 제주의 화산과 인어의 전설을 담은 마그마보이 동화원화전 등이 이 기간 진행된다. 특히 이번 주말은 한국과 중국의 교류 주간으로 정해져 중국 쑤저우의 곤극악단의 내한 공연과 제주에 살고 있는 중국 유학생과 거류민 상상캠프 등이 열릴 예정이다. 헌책페어가 막바지로 치닫는 6월 23일에는 충남 서산 황소와 제주 암소 사이에 인공수정을 통해 탄생한 송아지의 100일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열린다. 강 대표가 방문들객과 한림읍 내 주민들을 초청해 서산 한우와 제주 흑돼지를 맘껏 맛볼 수 있는 파티를 연다. 문의=064-772-2878/jejubooks@naminara.com(제주헌책페어 사무국). ▶헌책페어가 열리는 탐나라공화국은?=남이섬을 우리나라의 대표 한류 관광지로 만들어 낸 강우현 대표가 2014년 2월부터 한림읍 일대에서 4년 째 조성하고 있는 자연생태공원이다. 헌책을 기증 받아 페어를 진행하는 것처럼 쓸모 없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재활용해 공원 곳곳을 꾸민 것이 특징이다. 땅에서 파낸 제주의 돌과 흙을 쌓아 조형물로 형상화 했고 방치된 목재로는 정자와 쉼터를, 버려진 철근으로 난간과 벤치를 만들었다. 외부에서 기증받은 꽃과 나무들은 현재 무럭무럭 자라 공원을 뒤덮고 있다. 탐나라공화국은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다. 지난해 이맘 때쯤 탐나라공화국에서 열린 노랑축제는 참가자들이 업종, 장르, 종목에 제한 없이 축제를 운영해 주목을 받았다. 그 흔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도 없이 순수하게 참가자들이 꾸려가는 축제여서 의미를 더했다. 책이나 꽃씨, 묘목은 축제 기간과 상관 없이 기증 받는다고 한다. 탐나라공화국은 2015년 5월 개국행사를 가졌지만 아직 공식 개장하지는 않았다. 공식 개장일은 미정이다. <글·사진=이상민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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