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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편집국 25시] 대형마트의 무책임한 진화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18. 06.07. 00:00:00
얼마 전 아내가 김장용 대형봉투가 필요하다고 해서 무작정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간 적이 있다. 정확히 어디에서 파는지 알지 못했지만 왠지 대형마트엔 모든 게 다 있을 것만 같았다. 대형마트는 이런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끊임없이 진화해 온 것이 아닐까. 의류, 가구,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최근엔 자동차 정비매장을 갖춘 대형마트도 등장했다.

대형마트의 성장은 홀로 일궈낸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에 물건을 대는 수많은 협력업체가 없었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욕구에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성장의 과실은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마트 직원들과 한 데 섞여 일하는 협력업체 근로자한테도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

대형마트와 협력업체의 공생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려면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된다. 대형마트는 협력업체 매출에서 일정 수수료를 떼간다. 가령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 협력업체는 70원을, 대형마트는 30원을 갖는다. 물건을 많이 팔수록 서로가 이익을 본다. 대형마트는 그저 마트 내 공간을 내주고 임대료만 챙기는 임대사업자가 아니다.

하지만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이런 공생 관계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협력업체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 판촉사원을 파견한다. 사원이 영업을 잘하면 서로 이익을 볼텐데 이상하게도 인건비는 협력업체만 부담한다. 법은 대형마트가 인건비를 일정 수준 부담할 때 판촉사원 파견을 허용하면서도 한 켠에선 협력업체의 자발적 파견 요청이 있으면 마트에 인건비 부담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국내 대형마트는 모두 후자에 해당한다.

최근엔 인건비를 한 푼도 부담하지 않은 도내 한 대형마트가 납품업체 직원 채용에 관여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50대 주부는 마트 입김에 눌려 채용이 무산됐다. 노동자에게 일할 권리는 생존권이건만 마트는 이런 절박함마저 내팽개쳤다. 마냥 떠들어대는 공생, 상생을 이래도 믿으란 건지, 말문이 막힌다. <이상민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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