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고향 돌아온 시인 삼나무·산담으로 집짓기 "세상과 친밀감 쌓는 작업" "세상 모든 집은 사람의 무늬이다." 시인이 짓는 집은 낭만적일까. 시를 짓듯 자음 하나, 모음 하나를 골라 적듯이 건축 재료를 한데 모아 정성들여 다듬고 엮어 시간을 덧대는 작업인 집짓기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삶을 녹여낸다. 제주출신 시인 이순호가 직접 집짓는 과정을 이야기로 엮어 '집, 사람의 무늬'를 냈다. 표지 제목의 큼직한 '쉼표'는 집은 쉼터라는 의미도 재치있게 보일듯 말듯 숨겨둔다. 저자는 1995년 문학사상에 '전철에서 시를 읽다' 등이 신인상을 수상하는 바람에 시인이란 허명을 얻었다고 한다. 글짓는 공부를 위해 뭍에서의 생활을 하던 중 2011년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혼자 돌집 하나 지어 깃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집짓는 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단순한 과정에 그치지 않고 작업에서 느낀 감정과 얻은 지혜, 그리고 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담고 있다. 저자는 모든 집은 철저하게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물질적 대상일 뿐이지만 인간과 관련된 순간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짓는 것보다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중시한다. 저자는 아버지의 감귤 과수원 한 귀퉁이를 터로 삼아 집을 지었다. 과수원 방풍림인 40년생 삼나무와 산담, 주변에서 얻은 흙으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저자는 집을 지으면 사람과 사물 등의 관계 설정에 있어 집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직시한다. 집짓기는 단순 노동에 그치지 않고 그 땅에 깊이 배인 부모의 삶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구도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집을 엮는다는 것은, 매듭을 엮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돌과 돌의 매듭, 나무와 나무의 매듭,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사물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니, 그렇다. 이것은 단순히 통나무 기둥을 세우고 도리를 엮고 서까래를 얹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장소를 이어주는 매듭을 짓는 것! 이제 결코 풀리지 않는 관계, 풀 수도 없고 풀어서도 안되는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그 유기적인 매듭과 관계, 어깨를 거는 장소 안에서 알(새끼)을 슬고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 삶이다. 집이란 그런 것이다"라고 기술한다. 그리고 가장 아끼는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자신의 어머니 품과 같은 곳에서 행복을 꿈꾼다. 글상걸상·1만5000원. 백금탁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