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 신청자들. 불법체류자 1만명 넘었지만 단속 인력은 한계 봉착 무사증 제도로 제주의 투자·관광객 유치 효과가 있지만 그에 따른 그림자도 제주에 드리워지고 있다. 제주가 한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기 위한 통로가 되는가 하면 무사증으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도시로 '낙점'=우리나라는 1993년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에 대한 근거를 두고 2013년에는 난민법을 제정해 다음해부터 본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각 지방 출입국관리소(현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2013년 난민 신청자가 단 1명에 불과했지만 난민법 시행된 2014년부터는 117명, 2015년 227명, 2016년 295명, 2017년 312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예멘인 500여명이 무더기로 무비자를 이용해 제주에 들어오면서 5월 31일 현재 기준 무려 948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법 시행 이후 최근 3년(2015~2017년)간은 중국인 난민 신청자가 80.2%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올해 예멘인들의 대거 입국에서 보듯 제주가 점차 '국제적 난민 도피처'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영국 등 난민으로 골치를 겪고 있는 외국 사례들을 참고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예멘인들의 입국경로를 보면, 이들은 대부분 자국 내전을 피해 이집트와 요르단 등을 거쳐 말레이시아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난민 협약국에 가입하지 않아 사실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때마침 올해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제주간 직항 항공노선이 생기면서 예멘인들 사이에 제주가 급부상했다는 분석이다. 무사증 제도로 인해 비자가 필요없고, 난민법이 제정돼 불법체류자가 아닌 합법적 체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말레이시아보다 임금 수준도 나은 것으로 알려져 '제주행'을 부추기고 있다. 예멘인 바키르(26)씨는 "인터넷으로 제주가 무사증 제도로 입국이 쉽다는 사실이 예멘인 사이에 퍼졌고, 마침 제주 직항편 항공기도 생겨 예멘인들이 대거 제주로 들어오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취업을 하기도 전에 높은 물가로 인해 생활자금을 모두 써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법무당국은 무사증 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1일 무사증 불허국가에 예멘을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제주에서 불법체류 중국인을 살해한 또 다른 불법체류 중국인 일당이 CCTV에 찍힌 모습.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2012년 990명에 불과하던 도내 불법체류자는 2013년 1285명, 2014년 2154명, 2015년 4913명, 2016년 7786명, 2017년 9846명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등록외국인 1641명까지 포함하면 1만명이 넘는 불법체류자가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체류자 대부분은 무비자를 이용해 제주에 입국한 뒤 잠적해 도내에서 취업하거나 다른 지방으로 빠져나간다. 이로 인해 제주 무비자 제도가 '불법체류자를 양성하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불법체류자 단속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주에서 불법체류자를 적발해 강제 송환된 사례는 2015년 708명, 2016년 1392명, 2017년 1445명에 그치고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담당 직원이 13명 정도라 사실상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빠르면 내년쯤 이민특수조사대가 신설돼 이러한 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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