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과 우근민이 싸울 때도 이러진 않았다", "이렇게 노골적인 관권선거는 처음 본다."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만난 어느 공무원과 마을 이장의 말이다. 공정했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지만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 진영 간 주고받은 고소·고발 등을 통해 드러난 양상만을 보면 이번 선거는 최악의 관권·금권선거, 흑색선전, 야합으로 점철됐다. 이 싸움의 주인공 원희룡 지사와 문대림 후보가 24일 아침 제주시 탑동 한 음식점에서 전복죽을 먹으며 화합을 도모했다. 원 지사는 이틀 후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이 비공개 만남을 공개하면서 "선거 기간 있었던 캠프 간 공방전... 털어놓고... 도민 화합과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고소·고발과 관련해선 "초반에 있었던 것은 취하했으며, 대변인이나 선관위에서 한 부분은 쌍방이 차차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싸웠지만 화해하고, 고소·고발도 취하하거나 정리하기로 했다니 둘 다 도지사감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정치인의 말은 되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 더구나 고소·고발의 양을 볼 때 압도적으로 피고소·피고발인 격인 원 지사가 하는 말이다. 역시나 이 발언을 언론보도로 접한 문 후보는 둘 사이의 만남에서 "고소·고발의 'ㄱ'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원 지사가 선거가 끝나면 과정은 잊혀지고 결과만 남는다는 말도 하더라"고 했다. 문캠프 한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뒤 원 지사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경찰에 다시 고발했다. "규칙이 있는 한 사회에서, 위반에 따른 벌보다 위반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면 아무도 규칙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문측이 원측을 고소·고발한 약 15건 중 현재까지 7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화합하는 것과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행위에 책임을 묻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표성준 정치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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