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무공해 산업으로 효자산업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도 고용이 창출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어서 여전히 각광받고 있다.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다 관광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제주관광도 1차산업과 함께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관광에 위기를 알리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숫자놀음'에 빠졌던 제주관광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제주관광에 대한 의미있는 분석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 5월 '제주지역 내국인 관광객 증가세 둔화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은 2010~2017년까지 연평균 10.3% 늘면서 제주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게 올해 3~4월에는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5%로 현격하게 둔화됐다. 제주를 찾은 내국인이 많아지면서 제주여행 수요가 임계치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국인의 제주관광 수요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도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3월 밝힌 '2017년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가 그것이다.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 재방문율과 평균 체류일수가 소폭 상승에 그쳤다. 분명 제주관광의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내국인의 여행경험과 여행계획 역시 죄다 국내는 줄고 해외는 늘고 있다.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 등이 올해 1~5월 매주 5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서 나타났다. 국내여행 경험률(지난 3개월간 1박 이상)은 66.2%로 지난해 같은 기간(69.1%)보다 2.9%p 하락했다. 반면 해외여행 경험률은 지난해 26.3%에서 올해 28.2%로 1.9%p 뛰었다. 여행계획률(향후 3개월내 1박 이상)도 국내여행은 70%로 지난해 동기 대비 3%p 떨어졌으나 해외여행은 36.3%로 0.8%p 높아졌다.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경우 제주관광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제주관광은 '손님 수'를 늘리는데 급급해 왔다. 그 결과 주택난·환경난·교통난 등 각종 부작용만 불렀다. 특히 환경난은 쓰레기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쓰레기는 자체 처리를 못해 계속 쌓이면서 쓰레기섬으로 변하고 있다. 하수시설도 과부하에 걸린지 오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무사증(무비자)제도는 밀입국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누적된 불법체류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무사증제도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치안이 위협받으면서 도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제주관광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답은 나와 있다. 지금처럼 '양적 성장'으로 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제주경제가 관광산업 덕분에 크게 성장했지만 도민소득은 부끄러울 정도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제주지역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246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울산광역시(424만원)와는 178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특히 잘 나가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처우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건설업이나 제조업에 비해 형편없다. 제주관광이 호황을 누리면 뭣하는가. 지난해 제주관광의 최대 수혜자는 면세점이다. 재주는 곰(제주)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대기업)이 챙기고 있다. 이러니 제주관광이 무슨 수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겠는가. 제주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민선7기 원희룡 도정은 제주관광의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제주관광이 이대로 가선 미래가 없다. <김병준 논설위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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