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문제 2] (다) 지금까지 국제정치를 설명해내는 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적 관점은 현실주의(realism)와 자유주의(liberalism)로 대표된다. 먼저 현실주의자는 무정부 상태로 특징지어지는 국제정치에서 '어떻게 하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답으로 힘에 의한 힘의 견제를 제시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평화보다 전쟁이 훨씬 일상적이기 때문에 평화의 확보, 곧 안보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서 영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치로 보기보다는 전쟁의 발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 현실주의는 그 이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정치현상을 먼저 윤리와 법률적인 당위성으로부터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국제정치를 당위가 아닌 현실적인 시야를 가지고 봐야지, 그렇지 않고 '어떻게 되어야 바람직하다'라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국제정치를 당위적이고 이상적인 시야로 보는 것은 현실에 대한 대처를 미흡하게 만들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현실주의자도 이상주의자와 마찬가지로 평화를 바람직한 이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 당위를 붙잡고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평화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차이가 있다. <중략> (라) 집단안전보장은 세계의 모든 국가 또는 그 대부분이 조약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결합하여 상호간에 전쟁 또는 기타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해결방법을 설정하고, 만일 이러한 해결방법에 대하여 위반하는 국가가 있을 때에는 그 위반국 또는 침략국에 대하여 그 조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협력하여 조직적인 강제조치를 취함으로써 위반행위 또는 침략행위를 방지?진압하여 국제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국제평화를 확보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안전보장은 모든 사람이 국제적인 수준에서까지도 형제적인 감시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집단안전보장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전체와 개체의 조화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집단안전보장이라는 개념은 1차 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 윌슨의 제창 아래 국제평화와 국제협력을 목적으로 최초의 세계적 국제기구로서 국제연맹이 조직되면서 등장하였다. 그러나 국제연맹 아래서의 집단안전보장은 현실적으로 미국의 불참과 함께 연맹규약 상에서 조약 위반국을 제재하기 위한 회원국의 병력 분담문제가 권고사항에 그침으로써 그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따라서 국제연맹은 대외적 제국주의 팽창을 추구한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에 대해 무력(無力)한 존재가 됨으로써 집단안전보장기구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세계대전을 유발시키고 만다. <중략> (마) 1990년대 국제 분쟁의 한 특징은 국가 주권보다는 인권이 앞선다는 생각이 보편화돼, 국제 사회가 인도주의 명분 아래 내전의 혼란 상태에 빠진 '실패한 국가'에 무력 개입을 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다. 코소보의 경우도 그러했다. 나토(NATO)가 코소보 무력 개입을 결정하자, 유럽의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도 그런 결정을 반겼다.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나토의 코소보 공습이 한창이던 1999년 4월 29일 독일 신문 「디 차이트(Die Zeit)」에 실은 한 칼럼에서 "국가들 사이의 (주권 불가침을 정한) 고전적인 국제법에서 세계 시민 사회의 세계주의적 법률로 나아가는 길의 한 단계를 나타낸다."라고 나토의 코소보 개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소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독립적 민간 기구인 '코소보국제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코소보 사태의 배경, 전개 과정, 해결 전망을 담은 한 보고서(2000년)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가지다. <중략> (바) 코소보 내전은 두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1단계는 1998년 2월부터 1999년 3월까지의 코소보 내전 기간, 2단계는 1999년 3월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78일 동안 다국적군의 군사 개입으로 나토(NATO) 공습이 이루어져 코소보 전쟁이 벌어진 시기이다. 1단계에서는 코소보 해방군의 무장 투쟁과 이에 대한 세르비아 보안군의 강경 대응이 거듭되면서 코소보 사태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1998년 2월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분리주의자들과 세르비아 경찰의 무장 충돌이 발생하여, 알바니아인 16명과 세르비아 경찰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알바니아인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 기간에 코소보 알바니아인 가운데 약 1,000명의 사망자와 40만 명의 난민이 생겨났다. 코소보 알바니아인에 대한 세르비아의 강경 진압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반대하고, 군사 개입 및 경제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 대통령은 국내 문제를 이유로 국제사회의 개입을 거부한 반면, 알바니아인은 국제사회의 적극 개입을 유도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나토는 코소보에 대한 탄압 중지를 요구했다. 또한 국제사회는 코소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코소보 내 나토 평화유지군의 주둔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협정의 수용을 세르비아에 요구했다. <중략> (사) 난민 현상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오래 된 이야기이지만, 난민 문제가 국제 사회의 의제로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그 배경을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난민은 자기 나라에서 살기 어려워 국가 바깥으로 떠돌게 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자기 나라, 즉 국가라는 정치 공동체가 먼저 전제되어야 합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속한 국가가 있어야 난민도 생길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 사람은 이 나라 소속의 국민, 저 사람은 저 나라 소속의 국민이라는 식의 국적 구분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떤 국가에 속한다는 관념은 근대 민족주의 사상과 깊은 연관을 가집니다. 전근대 시대에는 어떤 인구 집단과 어떤 국가가 반드시 한 덩어리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식의 원칙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이래 민족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국가들이 모여 국제 공동체를 이룬다는 원칙이 널리 퍼지면서 비로소 난민이 본격적인 국제 이슈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들에서 더 많은 난민이 생기고 있을까요? 2014년 말, 전 세계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열 개 나라를 꼽아 보면 시리아(1), 아프가니스탄(2), 소말리아(3), 수단(4), 남수단(5), 콩고민주공화국(6), 미얀마(7), 중앙아프리카공화국(8), 이라크(9), 에리트리아(10) 순으로 나옵니다. 지난 3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리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략> [문제 2] 제시문 (다)~(사)를 활용하여, '국제평화와 인도적 개입'에 관해 논술하시오.(1200자 내외) [우수답안 / 고등학교 인문사회부문 대상] 오한솔 중앙여자고등학교 2 오한솔 이들 제시문은 특정 국가의 분쟁이나 투쟁이 국제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국제 사회의 개입을 통해 해결하는 것에 대해 서술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또한 제시문 (사)는 이러한 것의 예로 난민 현상을 예로 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라는 공동체가 생기고, 이 국가가 다시 모여 국제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몇몇 국가들의 문제였던 전쟁과 내전, 그리고 그로 인한 난민 현상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난민 현상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음에도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비율을 보면 분쟁지역에 가까이 있는 어려운 나라들이 난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제시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분쟁으로 인해 인권침해나 그 외에 다양한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에 대해 국제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개입으로 인한 전쟁의 확대와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또한 국제적인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코소보 내전의 사례와 난민 문제에 대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는 문제에 대해 국제 평화유지군이나 무력 제제 등의 국제적인 개입과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만, 이에 비해 분쟁으로 인한 피해상황에 대한 해결은 여전히 분쟁국과 그 주위 국가들만의 문제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인도적 개입이 이루어 질 때에는 단지 분쟁과 전쟁의 중단만을 위해 힘쓸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이후의 문제도 여러 나라가 함께 개입하여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국제 평화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논술대회 심사평 / 김형진 대정여자고등학교 교사] 연관 추론 능력·통합적 사고 돋보여 김형진 (다)는 '힘에 의한 힘의 견제'를 제시하는 '현실주의'와 '국가 간의 협력과 노력'을 제시하는 '자유주의'라는 국제정치에 대한 두 가지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라)는 세계 국가 간의 조약을 통해 전쟁을 금지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설정한 집단안전보장의 개념과 형성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집단안전보장은 현재 국가 간의 분쟁이 있어도 미래엔 평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체계를 지닌 '자주유의' 입장이지만, 5대 강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위반 행위와 침략행위를 한 국가에 대하여 조직적인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주의' 입장도 포함하고 있다. (마)는 국제 분쟁에서 국가의 주권보다는 인권이 앞선다는 점을 내세워 나토(NATO)가 코소보에 무력 개입한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다. 반면 (바)는 나토의 개입으로 인해 코소보 사태가 내전으로 확대되며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마)를 통해 인도적 개입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도, (바)를 바탕으로 강제조치만으로 해당 분쟁을 접근해서는 분쟁 상황을 해결할 수 없으며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문제들에 대한 접근도 필요함을 제시해야 한다. (사)는 난민 문제가 국제 사회 문제로 등장한 배경과 함께 전쟁, 내전, 빈곤 등이 만연한 나라에서 난민이 주로 발생하고 있지만,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 역시 분쟁 지역 가까이 있으면서 형편이 어려운 나라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집단안전보장의 주도권을 가지고 개입을 진행하는 나라들이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함을 제시 할 수 있다. 인문사회 답안 중에서 대상을 수상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오한솔 학생은 [문제 2]를 서술함에 있어, (다)~(바)의 각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제시하고 난 후 '특정 국가의 분쟁이나 투쟁이 국제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국제 사회의 개입을 통해 해결하는 것에 대해 서술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라며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를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사)의 난민 현상에 대한 제시문의 핵심인 '분쟁지역에 가까이 있는 어려운 나라들이 난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분명하게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사)를 통합하여 '분쟁, 인권침해 국가에 대한 국제적인 개입의 필요성'과 함께 '진정한 국제 평화를 위해서는 분쟁과 전쟁의 중단만을 위해 힘쓸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이후의 문제도 함께 개입하여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여 '국제평화와 인도적 개입'의 큰 주제로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이를 통합하는 사고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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