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제주4·3을 말하는 일은 껍데기를 벗겨내는 작업이다. 4·3의 기억을 말살하려는 공권력은 그동안 4·3을 봉기한 사람과 당시 죽은 사람들을 싸잡아 '공산주의자'라고 알렸다. 4·3으로 최소 3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다수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이 세상을 떠났다. 제주도는 '붉은 섬'이었고 그 붉은 색은 죽음을 상징했다. 이처럼 4·3에 얽힌 '불합리한 공식 기억'이 곧 단단한 껍데기다. 이 껍데기를 제거하는 일을 두려워하거나 훼방을 놓는 이들이 있지만 그는 이 껍데기를 몰아내고 싶다고 했다. 4·3 70주년이 되는 해에 제주 김관후 작가가 껍데기 벗기기의 한 과정으로 '4·3과 인물'을 내놓았다. 분단 모순과 맞닿아 있는 4·3이 여전히 냉동되어 풀리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그 중심에 있던 인물들을 하나하나 좇으면서 4·3의 핵으로 다가가려는 바람에서 그의 글쓰기가 시작됐다. '4·3과 인물'은 총 55장으로 짜여졌다. 당시 신문 기사 등을 바탕으로 태평양미국육군최고지휘관 육군 대장 더글러스 맥아더에서 함덕리 출신 활동가 김양근까지 차례로 등장시켰다. 이승만, 조몽구, 김달삼, 박진경, 이덕구, 김익렬, 조병옥, 윌리암 딘, 맨스필드 등 익히 알려진 이들만이 아니라 조천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 민전에 참여한 김시범, 3·1기념투쟁위원장 안세훈, 민주주의민족전선 공동의장 이일선 스님, 마지막 여자 무장대 한순애, 4·3 당시 순교한 제주출신 첫 교역자 이도종, 제주도재판소 소장 최원순 등 각 인물의 행적을 통해 4·3의 또다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의 맨 앞장에 맥아더를 올린 이유는 '4·3과 인물'을 집필하는 내내 김 작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한 가지 물음 때문이다. "과연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는 1945년 8월 광복 이후 한반도를 통치했던 재조선 미국 육군사령부 군정청(USAMGIK)에 주목했다. 당시 군정사령관은 24군단장인 육군중장 존 하지였다. 하지 중장은 미 육군 원수 맥아더 장군 예하의 지휘관 중 한명이었고 미군정도 맥아더가 주재하던 연합군 최고사령부의 지시를 받았다. 저자는 "이번에 미처 챙기지 못한 인물들이 있고 거론한 인물 중에도 토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추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문화원 향토 사료로 발간됐다. 비매품.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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