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공항 반대 시위 장면. 신행철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갈등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해결 시스템의 부재와 역량 부족부터 탓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인 성찰서 지역갈등까지 학문 여정 담은 10여편 논문 "사회갈등 긍정적 인식 필요" 신행철 제주대 명예교수가 낸 사회학논집 '학문여적(學問餘滴)'의 첫 장은 지식인에 대한 성찰로 열린다. 그는 어느 때인가 지식인들이 지배엘리트의 통제에 종속되어 지식소외를 경험한 뒤 무력하고 창백해진 얼굴의 범부가 되어버릴 지 모르는 암울한 미래상을 짚었다. 사회학자로서 30여년 학문의 세계를 정리한 글을 묶으며 지식인의 위치부터 불러낸 그는 이 책에서 1970년대 말 학문적 출발점에서 시작해 제주사회의 갈등 해법까지 다뤘다. 이들 주제는 동떨어져 있지 않다. 개발로 인한 그늘진 사회의 구석은 사회복지 대상 영역의 확대를 낳았고 이로 인한 지역사회(농촌사회)의 후진성은 그의 학문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는 사회복지 특히 지역사회 개발 분야에서 지도력에 주목했고 이는 정치적 주제인 권력의 문제로 연결되며 정치사회학까지 다다랐다. 논집의 말미엔 제주사회를 살핀 논문을 실었다. '제주사회의 갈등과 도민통합', '제주사회·문화 연구 개관' 두 편이다. '제주사회의 갈등과 도민통합'을 통해 신 교수는 "사회갈등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집단·지역간 혹은 집단·지역 내의 분열을 초래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나와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이 글에서 원효대사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의 토대가 되는 '융이이불일(融二而不一)'을 꺼냈다. 융이이불일은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를 융합하되 하나로 획일화하지 않는 걸 말한다. 도민통합·갈등관리의 길로 갈등 제도화와 도민사회 역량 강화를 제시한 그는 "갈등이 없음이 아니라 갈등을 잘 관리·조정해 극복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통합이 진실로 사회통합이 갖는 진면목"이라며 "갈등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시스템과 그런 역량이 없음을 탓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번에 소론과 칼럼 등을 모은 '한 사회학자의 제주필첩(濟州筆帖)'도 냈다. 백산출판사. 각 3만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