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벼운(?) 위기를 넘겼다. 위기의 발단은 제주산 양배추의 가락시장 하차경매 문제였다. 불과 나흘전만 하더라도 양배추의 가락시장 하차경매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 계획대로 추진되는 분위기였다. 분위기가 심상치않은 것을 파악한 원 지사가 서울시로 박 시장을 찾아가 경매유예를 요청했고, 박 시장은 검토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사실이 아니라"라는 해명자료를 통해 검토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제주자치도는 화들짝했다. 진실공방에 휩싸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행히 고령농, 영세농가에 대해선 2018년산 출하가 마무리되는 내년 4월까지 일부 유예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며 일단락됐다. 하마터면 원 지사와 박 시장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가 될 뻔 했다. 두 잠룡 모두 양배추의 하차경매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데 나름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제주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물론 도의회,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하차경매로 인한 불합리한 점 등을 내세우며 유예를 주장해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본격 경매를 눈앞에 두고 부랴부랴 부분 유예안을 꺼내들었다는데 있다. 박 시장의 입장에서는 전국의 1%인 제주보다 1000만명이 사는 대한민국 수도를 더 중히 여길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주장하는 가락시장의 민원 역시 박 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하차경매 유예를)검토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인해 관계자들이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원 지사는 민선7기를 시작하며 '빅피쳐'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건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민선6기에서 넘어온 현안들이 산적해있고, 그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비관적이다. 한 언론의 컬럼에는 특정사안을 놓고 원 지사에게 "비겁하다"는 혹평이 있었다. 중앙 정치무대를 꿈꾸는 인물의 자질론을 비판한 것이다. 두 사람은 최근 조성되고 있는 남북 화해무드에 있어 주역으로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원 지사는 제주감귤이 북한으로 보내지고, 김정은 위원장이 남쪽으로 오게되면 한라산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헬기를 이용해 한라산을 방문할 것으로 보고, 기자들과 함께 현장답사에 나섰다. 원 지사의 한라산 답사에 앞서 박원순 시장이 한라산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먼저 나오기도 했다. 호사가들은 원 지사가 박 시장에게 선수를 뺏길 수 있어 서둘러 답사했다는 얘기를 내놓았다. 박 시장은 3선이고, 원 지사는 재선이다. 대권을 꿈꾸는 진보와 보수의 대표주자들로 어설픈 행보로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양배추 하차경매로 그들의 단면을 볼 수 있게 됐다. 오죽했으며 허창옥 도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두 사람을 싸잡아 힐난했다. 정치인들의 '신의(信義)'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양배추 문제는 농민들의 심정만 헤아리면 되는 비교적 쉬운 문제였다. 앞서 풀지 못한 문제와 더불어 앞으로 꼬여만 가는 일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도정이나 시정은 도지사나 시장 개인 혼자서 움직이는게 아니다. 늘 강조하지만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시스템에는 유능한 참모들이 있어야 한다. 유능한 장수 밑에 유능한 참모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유능한 장수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사탕발림만 하며 밥값을 못하는 참모들도 없지 않다. 양배추 문제를 거울삼아 다시한번 신발끈을 조여매야 한다. 끈이 풀리며 다시 맬 시간이 없다. 신발이 벗겨지면 더 나아가지 못한다. 제주도민도 서울시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조상윤 경제산업부국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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