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집 '할망장터'를 낸 박재형 작가는 "제주를 이어도로 만든 할머니들을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할머니 이야기 9편 담겨 평화로운 일상 이끈 그들 그 안에 숨은 고된 노동 그에겐 할머니에 얽힌 추억이 많다고 했다. 아이 일곱을 차례로 낳은 친할머니는 남편과 사별 후에도 꿋꿋이 자녀를 키워냈다. 외할머니에게도 일곱 명의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를 빼곤 질병으로 하나둘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할머니는 밭일과 바닷일을 하며 남은 자식을 키웠고 집안을 일으켰다. 한 시절을 건너온 두 할머니를 가까이서 지켜본 박재형 작가가 제주 할머니들의 사연을 담아낸 동화집을 냈다. '제주를 이어도로 만든 할머니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할망장터'다. 박재형 작가가 말하는 이어도는 이상향의 섬이다. 후손을 위해 고된 물질을 마다하지 않았던 외할머니처럼 풍파를 헤치며 평화로운 일상이 있는 오늘을 만들기까지 할머니들의 보살핌과 희생이 있었다는 걸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수록 작품은 '할망장터', '고집쟁이 우리 할머니', '미워요, 할머니', '부처님 웃으시다', '아름다운 새벽길' 등 9편이다. 그동안 틈틈이 발표했던 단편동화를 엮었다. 할머니가 제목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작품마다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사업에 망한 아들과 손자를 위해 푸성귀를 장에 내다파는 할머니, 건망증에 시달리는 할머니, 필리핀 태생 며느리에게 물질을 권하는 할머니, 절에 버린 아이를 길러 엄마가 되는 보살할머니, 아픈 할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물질을 가는 어머니, 역마살이 끼어 돌아다니다 죽을 때가 되어 돌아온 할아버지를 받아들이는 할머니, 대를 이어 양태를 겯길 바라는 할머니 등을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 여신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인 '할마님'처럼 이번 동화집에 그려진 할머니들은 너른 품을 지녔다. 가족을 우선 챙기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 제주올레길 이사장의 실명이 등장하는 동화만 해도 그렇다. 지금까지 구두쇠처럼 살아온 할머니가 가난한 살림 속에 장만한 자그만 밭을 제주올레길 탐방로로 흔쾌히 내준다. "알았어요. 올레길을 여는데 이 밭이 꼭 필요하다면 내드리지요." 그것은 때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여성의 가사 노동을 당연하게 여겨온 이 땅의 현실이 빚어낸 아픈 풍경으로 읽힌다. 하지만 주변엔 그런 할머니들이 있다. 평생에 걸쳐 한푼 두푼 모은 재산을 아무런 대가없이 장학사업에 내놓고 떠나는 할머니들을 떠올려보자. 작가는 "팔, 구십이 되어도 물질을 하는 할머니, 밭에서 일을 하는 할머니, 온정을 베푸는 할머니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그 할머니들을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그림 에스카. 장수하늘소. 1만30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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