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제10대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였다. 지금은 도의회 의장이 된 김태석 의원은 지난해 6월 임시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해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오는 7월 임시회 때 다시 의회와 협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다음달 제11대 도의회가 구성되자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바통을 받는다. 이경용 위원장을 중심으로 소속 의원들은 재밋섬 매입 추진에 뭇매를 때렸다. 이번 일은 제주문예재단의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가칭) 조성안에서 출발했다. 공연장 등 부족한 예술 공간을 확보하고 예술단체들의 아트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며 문예재단 육성기금 113억원을 들여 제주시 원도심 건물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이었다. 초반에는 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 제주예총, 제주민예총이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일부 공연예술 단체와 개인 명의의 지지 성명이 나왔다. 하지만 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건물매입에 반대하는 예술단체들의 청원' 등을 들며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찬성 목소리는 이내 가라앉았다. 해가 바뀌고 지난달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제주문예재단 재밋섬 부동산 매입 감사결과'가 나오기까지 그같은 분위기는 계속됐다. 이경용 위원장은 감사 발표 이튿날 "기존 의회의 지적을 한번 더 확인해주는 내용이고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언론 보도를 보면 의원들이 재밋섬 매입건을 두고 '법 절차 위반', '불공정 계약'이라고 따졌지만 감사 보고서엔 그런 대목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보고서는 이사회와의 사전 공감대 부족과 기본 재산운용계획에 대한 도지사 보고 미이행, 타당성 검토를 위한 기본재산관리위 구성과 운영 불합리, 도민공감대 노력과 도의회 보고 등 이행 부적정,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내용 부적정, 감정평가 내용 부적정 등을 지적했다. '부적정'이라고 했지만 건물 1원, 토지 1원 등 2원으로 정한 매매계약금 등이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관행과 다르다고 언급했고 감정평가액은 국토부 의견을 받아 '다소 미흡'하다고 적었다. 그간 '매매계약 원인무효' 등을 거론해온 도의회라면 '소통 부족'으로 귀결된 감사 결과에 반발하는 게 맞다. 결국 감사위가 도지사와 협의해 전문가를 꾸려 효율적 해결방안을 강구하라고 공을 넘긴 탓에 문예재단도 답답해한다. 여론 눈치보기에 지친 듯 문예재단 주변에서는 "차라리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게 낫겠다"는 반응이 들릴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제주도당이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11일 제주지방검찰청에 재밋섬 매입 관련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겠다고 예고했다. 정의당도당의 행보가 '재밋섬 매입 관련 의혹 완전 해소'의 길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감사 결과 밝힌 도지사 보고 미이행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관련자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도지사와 교감 없이 출자출연기관인 문예재단 단독으로 100억대 건물 매입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민선 7기 제주도정 공약에도 2019년 개관을 목표로 재밋섬 건물을 활용한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설치가 제시되어 있다. <진선희 교육문화체육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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