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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비평집 내놓은 김동현 평론가
“중심을 전복할 상상의 힘 필요한 때”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2.21. 20:00:00

김동현 평론가는 첨예한 현실적 욕망들이 부딪히는 삶의 현장인 지역에서 '짱돌' 같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

문학·시사 비평 30편 담아
"변방을 변방으로 만들어야"

지역 작가 문학적 고투 담아


"내 글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짱돌'이었으면 했다." 과거형이지만, 그는 여전히 높고 단단한 벽에 균열을 내는 글을 쓰려 한다. 근래 시사평론가란 이름을 달고 제주 현안과 이슈를 말로 풀어내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는 손에 쥐어진 문장을 공처럼 단단히 뭉쳐 철옹성 같은 곳에 던지기를 이어왔다. 비평집 '욕망의 섬, 비통의 언어'를 내놓은 김동현 평론가다.

비평집에 묶인 글은 30편. 문학지에 발표했던 평문도 있고 세미나 원고를 다듬은 글도 들었다. 촛불문화제나 제주4·3추모모임 참석기도 담았다. 그의 시선은 시와 소설만이 아니라 군사기지로 갈등해온 강정마을, 삼나무가 베어진 비자림로까지 닿는다. 문학이 우리네 삶을 그린 거라면 문학의 안팎을 나누기 어렵다. 그는 가라타니 고진의 말을 불러오며 "문학은 뭐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450여 쪽 비평집을 관통하는 언어는 변방과 지역이다. 그 둘은 중앙을 선망하는 우리 사회에서 열등한 곳으로 여겨왔지만 그는 달리 봤다.

"공간은 공간과의 관계를 통해서 공간의 의미가 생산된다. 따라서 변방의식은 관계에 대한 성찰이며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변방에, 살아야 한다. 중심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차라리 외면하면서, 변방에서, 중심을 전복하는 상상의 힘으로, 변방을 변방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가 다룬 문충성, 고시홍, 김동윤, 김수열, 이종형, 장일홍, 허영선 등의 문학에는 '가장 첨예한 현실적 욕망들이 부딪히는 삶의 현장'인 지역의 목소리가 있다. 그것들은 중심이라는 권력에 의해 망각을 강요당했던 지역의 구체적 기억들을 문학적 언어로 되살리려는 고투다.

올해부터 제주작가회의가 내는 계간 '제주작가' 편집주간을 맡은 그는 문학 텍스트를 분석하는 작업을 늘려가겠다고 했다. 이즈음 현택훈 시집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양혜영 소설집 '고요한 이웃', 4·3을 소재로 쓴 임철우의 중편 '돌담에 속삭이는' 등을 읽으며 문학의 빛나는 순간을 또 한번 발견했던 경험을 비평으로 나누려는 계획도 있다. 한그루. 2만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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