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어진 곳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여럿 본다. 텅 빈 제주시 원도심 병원이 창작실로 태어나고 영업을 멈춘 목욕탕이 갤러리로 살아났다. 이같은 문화공간이 하나둘 증가하고 있지만 이용객들의 갈증은 여전해보인다. 공연장과 전시장은 분명히 늘고 있는데 일상과 밀착된 정도는 낮기 때문이리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기획해 펴낸 박은영(글)·이상필(사진)의 '삶이 예술이 되는 공간'은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유용할 듯 싶다. 문화예술교육 공간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제주까지 오랜 흔적을 지우지 않고 상상력으로 다듬어낸 곳들을 찾았다. 과거에 쓰레기를 처리하던 소각장, 석유 탱크가 있던 시설, 벙커, 담배 창고, 수도를 공급하던 가압장, 카세트테이프 공장 등 15곳에 이른다. 제주에서는 제주시 화북동 거로마을 문화공간 양, 클림트전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서귀포시 성산읍 빛의 벙커가 소개됐다. 문화공간 양은 김범진 관장의 외할머니가 살던 집을 개조해 조성된 공간으로 전시, 공동체 프로그램, 인문예술 읽기 모임, 레지던시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빛의 벙커는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국가 기반 시설로 10년 가까이 잠들었던 공간이 화폭이 되었다. 영국 런던에는 1981년 문 닫은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있다. 그곳이 명소가 된 비결은 발전소용으로 쓰이던 굴뚝이 솟아있는 이색적인 겉모습이 아니라 운영방법에 있었다. 공공성과 운영팀의 자생력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지역의 골칫덩이던 소각장을 고쳐 만든 부천아트벙커 B39를 운영하는 노리단 류효봉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공공 기관의 보조금 안에서만 유휴 공간을 운영하면 그곳은 지출만 하는 조직이 됩니다. 노리단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대행 업무 수준의 운영이 아닌, 총괄 운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B39만의 자체 비즈니스를 만들어 성장하는 거예요." 미메시스. 2만2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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