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방을 안 갖고 다녀요. 다 주머니에 넣어요. 왜냐하면 제가 가방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거든요. 여자면 다 핸드백을 들고 다녀야 되고, 화장해야 되고, 결혼을 해야 되고, 이런 것에 대해서 그냥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본 것 같아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 경기도 양평에서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처럼 살고 있는 그는 '머리에서 벗어나라'며 이런 말을 했다. 목숨을 잃거나 전 재산을 날릴 정도가 아니라면 부딪혀보라는 거다. 나이가 들면 몸 상태도 봐야 하고 정서적으로 용기가 안생기는 탓에 젊을 때 뭔가를 좀 저질러봤으면 좋겠다는 그였다. 임순례 감독 인터뷰로 시작되는 '괜찮지 않은 세상,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는 임 감독의 바람처럼 세상의 수많은 잣대와 압박을 물리쳐온 '멋진 여자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마음 근육 탄탄한 여자들의 경험의 말들'이란 홍보 문구가 와락 안겨든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조화하다가 만난 사람은 12명에 이른다. 지난 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고은영, 제주에서 책방 무사를 연 싱어송라이터 요조, 삐딱하고 불순한 여자들이 이긴다는 철학자 이현재, 비건 요리사이자 활동가인 린, 여성농민의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을 주제로 논문을 썼고 얼마 전엔 '씨앗, 할머니의 비밀'을 내놓은 김신효정, 전남 구례에서 빵을 굽고 노래를 지으며 사는 안혜경 등이다.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말들엔 힘이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소신을 가진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결정한 삶의 방향을 실천하는 중이었다. "기어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어이'라는 표현이 정말 들어맞는 사람들이죠. 책방이 저한테는 그런 거예요. '굳이 왜 해요?'라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하면 왜 안돼요?'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요조의 말이다. 북센스. 1만48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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