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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조상윤의 백록담] 반칙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사회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19. 04.29. 00:00:00
채용비리가 끝간데 없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두고 하는 얘기다.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채용에 있어서도 비리가 불거지면서 '비리 공화국'이라는 별칭이 낯설지 않다. 최근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채용비리에 대한 소식들은 청년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좌절감 또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 되고 있다.

공채, 즉 공개경쟁채용이 유명무실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취업대란으로 가뜩이나 힘든 청년구직자들은 '공직(公職)'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나마 공무원 시험은 나름대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다는 판단에서다. 어렵더라도 공직에 입문하게 되면 '철밥통'을 확보할 수 있다.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서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라는 뜻으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다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의 공무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으로 청년들이 몰리는 한 이유는 바로 채용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열심히 준비해도 훌륭한(?) 집안의 자녀들에게 밀려나는 현실과 맞닥뜨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소위 힘있고 빽 있는 사람들의 자녀는 취업은 지금보다 훨씬 용이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릇된 관행이 왜 지금껏 이어져오는 것일까. 가진 자들이 손에 쥔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이다. 오히려 더 가지려하고 있다. 베풀거나 나누진 못하더라도 기회균등마저 가로채고 있는 '독식(獨食)'이 몸에 밴 것도 한 요인이다. 쉽게 말하자면 기득권층이 '폭력'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잠재 구직자 등까지 더한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의 체감 실업률은 2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나마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향후 몇년 뒤에는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기대는 금물이다. 경기위축으로 고용을 늘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건지, 부모 등 앞세대를 잘못 만난건지 단정할 수 없지만 청년들은 암울한 시대를 힘들게 헤쳐나가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불똥은 최근 지역 농축협과 수협, 산림조합에까지 튀었다.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오는 8월 23까지 약 4개월간 600여개 지역조합의 채용 전반에 대해 집중조사를 실시키로 한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것인지 우려된다.

나라 전체로 번진 채용비리 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듭 지어질 것이다. 그러나 수술을 통한 치유가 아니라 단순히 상처만 소독하고 덮는 봉합수준이라면 다시 되풀이된다.

젊은이들을 공직으로만 향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를 하루빨리 뜯어고쳐야 한다. 앞서 공정한 룰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선순환 구조도 필요하다. 반칙에 의해 밀려나지 않고, 후회없는 경쟁이 되도록 다시한번 '틀'을 잡아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취업의 기회도, 일자리 창출 여건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장에서는 더욱 간절할 뿐이다. 올해도 벌써 1/3이 지나고 있다. <조상윤 경제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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