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족 벌레 취급 자부심 표출 복장 등 문화적 우월한 '화하' 위진남북조 중화란 단어 생성 그리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인들 역시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자부심의 표출로 사방의 이민족들을 짐승이나 벌레만도 못한 이들로 치부했다. 대표적이 것이 바로 사이四夷, 즉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다. 이융夷戎에는 활과 창이 들어가 있고, 만적蠻狄은 벌레와 개를 부수로 삼고 있다. 화하(華夏)와 사이(四夷). 우선 중국이란 말이 처음 보이는 것은 서주 초기 청동기인 하존何尊의 명문銘文이다. "나는 도읍을 여기 가운데 있는 나라로 정하고 백성을 다스리겠다" '국國'은 성城 또는 방邦의 뜻이니 중앙에 있는 나라이자 도읍지, 도성의 뜻이다. 당연히 천자가 직접 통치하는 왕국이자 경기京畿 지역을 말한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인들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삼고 싶지 않겠는가? 그리스인들은 제우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려 보낸 두 마리의 독수리가 만난 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고, 그곳에 배꼽 모양의 석조물을 세웠다. 그것이 '옴팔로스(Omphalos)'이다. 호주의 원주민들은 '울룰루(Uluru, 에어즈락)'를 배꼽이라 여겼고, 잉카인들은 자신들의 수도를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에서 '쿠스코(Cuzco)', 즉 중앙이라고 불렀다. 이후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면서 황하 중하류 일대 중원의 뜻이 되었다. 중원은 세상의 가운데 넓고 평평한 땅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인들이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던 옴팔로스. 주(周) 강역도. 서주 시대 청동기 하존(何尊). 모공정의 금문(金文). 중앙의 지배 벗어난 비문명국 차별성 논의 화이지변 고착화 한나라는 만이 업무 담당 기구 중국, 화하, 중화란 세 가지 개념에 내포된 공통점에 대해 허세욱 교수는 '두 얼굴의 중국문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민족의 지리적 중원생성설, 국가적 천자중추설, 민족적 한족중심설, 문화적 유가도통설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 개념을 다시 집약하면 중앙이자 중심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중앙이 아닌 지방, 중심이 아닌 변두리는 무엇이 되는가? 오랑캐가 된다. 원래 오랑캐라는 말은 지금의 만주와 몽골 등지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우량카이란 부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한자는 '올랑합兀良哈'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특히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오랑캐는 조선사람을 제외한 모든 이방인을 뜻했다. 당연히 중국인도 오랑캐였다. 이를 중국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만이蠻夷, 귀자鬼子, 사이四夷가 된다. "이적의 나라에 임금이 있는 것은 제하에 없는 것만 못하다(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논어·팔일八佾') 이에 대해 조선의 유학자들은 공자가 당시 노나라의 임금이 있으나 없는 것 같은 삼환의 세도 정치를 개탄하여 하신 말씀이라는 주자의 해석을 따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악문화를 척도로 삼아 문명화되지 않은 이적에 임금이 있다고 한들 문명화된 제후국에 임금이 없는 것만 하겠는가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듯하다. 이적夷狄이든 만이蠻夷이든 중앙의 지배에서 벗어난 비문명국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성 논의를 일러 화이지변華夷之辨이라고 한다. 그 시작은 주나라였다. 다만 당시 주나라의 영역이 지금과 달랐으니 사이가 지칭하는 것 또한 달랐다. 예컨대 상나라는 산동지역에 있으니 동이에 속하고, 지금의 강소, 절강일대 오吳와 월越은 남만에 속했다.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어 예악을 중시하는 유가들에 의해 화이지변이 고착화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진한대에 이르러 공식화되었다. 한나라는 조정에 공식적으로 만이蠻夷의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남북조나 명대의 사이관四夷館은 이를 계승한 것이다. <심규호·제주국제대 석좌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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