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내린 봄비에도 걱정보다 기대 앞선 걸음 빗물 함빡 머금은 초원·곶자왈 초록빛으로 넘실 잘 익은 상동나무 열매 따 먹으며 추억 나누기도 오름 아래로 펼쳐진 곶자왈 풍경에 경외감 들어 올해 두번째 에코투어는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남송이오름에서 시작됐다. 이어 마로길, 태역밭길, 저지곶자왈, 문도지오름 등을 거쳐 비밀의정원 입구로 나오는 코스였다. 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을 노랗게 수놓은 보리가 길벗을 하며 걸음에 힘을 실었다. 남송이오름을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팔랐다. 시작부터 숨이 가빴다. 그러나 힘든 것도 잠시, 지천에 핀 하얀 찔레꽃을 따라 10여분쯤 걸으니 이내 정상에 다다랐다. "남송이오름은 남쪽에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남송이'라고 하는데, 그 지형이 날개를 펼친 솔개(소로기)를 닮았다고 해 '남소로기'라고도 불립니다. 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지난 18일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진행됐다. 태역밭길 언덕배기에서 내려다 본 초록빛으로 물든 풍경. 강희만기자 오름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한숨 돌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비가 몰고 온 안개에 오름 밑이 희뿌옇지만 보일 듯 말 듯한 '숲 세상'이 되레 신비로웠다. 빗속 산행만이 지닌 멋이다. 오름을 내려와 걷다 보니 푸른 잔디밭이 펼쳐졌다. 그 속에서 방목한 말들도 한가롭게 풀을 뜯었다. 그 길을 빌려 조심히 걸음을 이어갔다. 풀이 웃자람 없이 잘 다져져 걷기 편했다. 지천에 핀 하얀 찔레꽃 상동나무 열매는 누군가의 기억 저편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 참가자는 "어릴 때 상동나무 열매를 따 먹다 손과 입이 시꺼메지곤 했다"며 웃었다. 김계출(66)씨도 "보리가 익을 때쯤 상동나무 열매도 같이 익는다"면서 "어린 시절엔 밭 주변에 상동나무가 많았는데, 보리를 베다 쉬면서 열매를 따 먹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서로서로 풀어놓은 옛 이야기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청미래 덩굴열매 가는 곳마다 주렁주렁 달린 상동나무 열매 애기도라지 목이버섯 한편 올해 3차 에코투어는 6월 1일 이어진다. 금백조로에서 시작해 백약이오름, 농로길, 미나리못, 동검은이오름, 목장길, 구좌성산곶자왈을 거쳐 다시 금백조로로 나오는 코스다. 김지은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