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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택의 한라칼럼] 탐라·고을·병담 길로의 초대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6.25. 00:00:00
지난해 7월 돌하르방에게 길을 묻다 라는 제목으로 창립 세미나를 연 사)질토래비에서는 9월 동성(東城)·돌하르방길 개장에 이어, 12월 서귀포시의 비경과 비사를 찾아 가는 버스길을 후원자들과 함께 내었으며, 올 3월에는 한림중과 한림여성농업인센터와 협약을 맺어 한수풀역사문화걷는길을 개장한 바 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2기 돌하르방(1754년 제작)에 대한 제자리 찾기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는 29일(오후 4시)과 30일(오전 9시 30분)에는, 한짓골 서쪽 원도심 길인 탐라·고을·병담길을 제주사대부고와 제주중과 협약을 맺어 개장하려 한다. 고인돌·제사유적·무근성 등과, 영뒷골·이앗골·병문골 등과, 한두기·취병담(翠屛潭)·용두암 등도 지난다. 진서루와 정원루를 지키던 돌하르방을 그려보며 할망당과 향교 등을 지나는 이 길은, 관덕정에서 출발하여 관덕정으로 돌아오는 역사문화 향기 그윽한 길이다.

묵은성이 무근성으로 불리는 이곳에선 고성(古城)을 엿볼 수 있는 벽화거리와, 벌랑포 등지에서 배를 띄우려 해신에게 제사 지내던 풍운뇌우단 표지석도 만난다. 성밖내가 변음되어 선반내가 된 병문천 근처 골목에 들어, 해륜사(현 용화사) 뒤편에 위치한 민속자료 1호인 서자복을 뵙고 소원 하나 빈다. 계곡과 바다 풍경이 압권인 용연을 건너 사대부고 교정에 있는 고인돌과 할망당을 뵙고 교정을 나서니 용연협곡과 한라영봉이 반긴다.

책에서 읽지 않았다면 이곳이 제사유적지인지 모르고 지나갈 뻔 했다. 안내판 하나 없다. 1992년 용담동 이곳에선 당나라 도기 파편 등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 현 용한소공원 남쪽 한켠에서 탐라선인들은 물마루를 무사히 왕래할 수 있도록 제사음식과 함께 귀한 도자기들을 깨뜨리는 의식도 치렀을 게다. 서문한질을 지나 성안교회 옆 골목으로 들어서니 1911년 마지막 유배인 이승훈 적거터가 보이고. 어쩜 이 근방 어디에 있을 광해임금 유거지를 찾으며 지근거리에 있는 칠성대 표지석도 읽으며 향사당에 들어선다. 유림들이 고을의 안녕을 빌고 활을 쏘며 향음주례(鄕飮酒禮)와 향사례(鄕射禮)를 지낸 넓은 지역이었는데….

제주목 2인자 판관 집무처가 있던 이앗골 주변의 성담을 찾으며 걷다보니 남문 정원루터 너머로 제주성지가 어른거린다. 도심속 초가 골목을 지나 들어선 중앙성당 근방은 향사당의 역내였고 관청 창고 총물당이 있던 곳이다. 향교의 책들을 발간·보관했던 책판고 골목과 고택들을 둘러보며 한짓골을 나서니, 1901년 이재수난과 1947년 4·3비극이 관덕정 광장 넓은 도로와 겹쳐 어른거리다, 이내 성주청터가 나타난다. 탐라를 다스렸던 왕을 성주(星主)라 칭했다지.

별을 보며 항해를 했기에 별의 나라라 불리는 탐라엔, 북두칠성을 본떠 칠성단을 쌓듯 역사가 된 별의별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별처럼 빛나는 마음으로 둘러본 이 길이, 제주 역사문화걷는길의 별로 비쳐지기를 소원하는 별꿈 하나 품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출발지인 관덕정이 저만치에서 반긴다.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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