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권 중심 봉건전제 중국 정치 내·외정 구분 상호 보완·견제 유비와 제갈량 사례 등 모범 제갈량의 '전출사표前出師表'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궁중宮中과 부중府中은 하나의 정체整體이니 상벌賞罰이나 포폄褒貶(좋고 나쁨을 평함)에 다름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만약 간악한 짓을 하여 죄를 지은 자나 충성스럽고 바른 일을 한 자가 있거든 마땅히 각 부서에 맡겨 상벌을 의논하시어 폐하의 공평하고 명명백백한 다스림을 빛나게 하시고, 사사로움에 치우치셔서 안팎(內外)으로 법을 달리하는 일이 없게 하시옵소서." 여기에 나오는 궁중은 황궁으로 황제가 통치하는 내정이고, 부중은 승상이 군정대권軍政大權을 장악하고 있는 승상부로 외정이다. 자금성의 내정 조감도. 명나라 제13대 만력제. 묘호는 신종. 만력제의 지하궁전 정릉(定陵). 예를 들어 조조는 승상이었으나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했다(挾天子以令諸侯)"는 말처럼 황제를 뛰어넘는 막강한 권력주체였으며, 반대로 헌제獻帝는 유명무실한 껍데기 황제였다. 진나라 시황제는 지고무상의 권력을 행사하며 승상의 보좌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후사는 황제의 의도와 상관없이 승상 이사李斯와 환관 조고趙高에 의해 결정되었다. 신권이 군권을 우롱한 예이다. 황권 강할 때 신권 잇단 수난 신권이 성장하면 군권 위축도 자연스레 나라의 쇠퇴 불러와 반면에 황권이 강할 때는 신권의 수난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한 무제는 승상과 공경대부들로 이루어진 외조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의 측근을 중심으로 중조中朝를 만들었다. 황제가 직접 통치를 강화하니 승상부인 외조外朝가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무제 시절 승상은 전체 13명인데, 그들 가운데 면직된 이가 일곱, 죄를 범해 자살하거나 하옥된 이가 다섯이다. 절반이 넘는 승상이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제갈량의 무후사(武侯祠). 유비의 사당인 한소열묘(漢昭烈廟)와 같은 곳에 있다. 그렇다면 신권의 추락에 신료들은 잠자코 있었을까? 내각은 점차 위상이 높아지더니 가정제嘉靖帝 이후 육부六部를 능가했으며, 임진왜란 때 명군을 파병한 황제로 명십삼릉明十三陵 가운데 유일하게 개방되어 있는 능묘의 주인공인 만력제萬曆帝(묘호 신종) 때는 내각수보內閣首輔(예를 들어 장거정張居正)가 재상과 유사한 역할을 맡아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만력제는 신권의 성장에 군권이 주춤거리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 준다. 처음에는 태자를 세우는 일로 내각과 갈등을 빚다가 근 30여년 동안 조회에 참가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료들은 어찌할 수 없었다. 명대는 중국에서 가장 빛나는 관리체제를 갖춘 사회라고 하는데, 황제가 조회에 나오지 않으니 무슨 결재를 받을 것이며, 무슨 정사를 논의할 것인가? 명조는 여기서부터 쇠퇴하기 시작한다. 허창(許昌)에 있는 조조의 승상부. 명나라는 원래 응천부應天府(지금의 남경)를 수도로 삼았다가 1424년 태조 주원장의 넷째 아들인 연왕燕王 주체朱체 시절에 북경으로 천도했다. 그가 북경에 건설한 황궁이 바로 자금성紫禁城인데 이자성李自成의 난리 때 전소되어 청조 시절 새롭게 축조되었다. 자금성은 구조나 효용에 근거하여 건청문乾淸門을 중심으로 외조外朝와 내정內廷으로 구분된다. 내정과 외정은 사라지고 외조와 내정으로 바뀐 셈이다. 남쪽으로 태화전太和殿, 중화전中和殿, 보화전保和殿이 자리한 외조는 황제가 조회하여 권력을 행사하거나 전례典禮를 거행하는 곳이고, 건청궁, 교태전交泰殿, 곤녕궁坤寧宮이 자리한 내정은 황제와 후비 등이 기거하는 곳이다. 명청대의 황궁은 오로지 황제를 위한 곳이다. 더 이상 승상부가 따로 있을 리 없고, 조정 대소신료들은 황궁의 작은 문을 통해 출퇴근할 뿐이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명대의 내각이나 청대 만주왕족으로 구성된 의정왕대신회의議政王大臣會議가 황제를 보좌하거나 의결하는 기구라고 하나 군권에 대항할 수 있는 신권의 상징이 아니라 단지 고문역할에 만족할 수 없었음을 뜻한다. <심규호·제주국제대 석좌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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