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농오름 정상에 펼쳐진 오름의 부드러운 곡선미 그림같은 목장길 지나면 등반로서 반기는 산수국 내리는 이슬비 운치 더해 6월 29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제5차 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제주의 오름과 목장길, 숲길을 한 번에 탐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 같은 코스로 마련됐다. 남조로에서 시작해 바농오름~목장길~큰지그리오름~태역밭길~교래곶자왈~태역밭길~민오름~숲길~명도암 삼거리로 이어지는 코스다. 첫 목적지인 바농오름으로 가는 길에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개다래나무'가 참가자들을 반긴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개다래나무의 꽃은 나뭇잎 밑에서 핍니다. 꽃이 필 무렵 나뭇잎이 하얗게 변하는데, 가짜 꽃(僞花)으로 벌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죠. 한낱 꽃이라도 생존본능이 있는 겁니다. 아, 개다래꽃은 통풍에 아주 좋아요"라고 했다. 교래곶자왈을 탐방하는 참가자들. 사진=강희만 기자 이어진 목장길은 비교적 평탄해 참가자들이 바농오름에서 봤던 풍광을 머릿속으로 되뇌게 만들었다. 목장길에는 목초가 사방에 자랐는데, 사진에서만 봤던 어느 유럽의 아름다운 목장처럼 느껴졌다. 참가자들은 앞다퉈 사진을 찍기 바빴다. 개다래꽃 큰지그리오름 중턱에는 무덤 하나가 있었는데, 배롱나무 2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이권성 소장은 "배롱나무는 꽃이 오랫동안 피어서 돌아가신 분에게 꽃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후손들이 무덤에 자주 심었습니다. 반대로 배롱나무의 껍질 없는 수피의 모습이 여성의 나신 같다고 해 양반집에서는 심지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산부추 오름을 내려와 점심을 먹는 사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참가자들은 비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많은 비가 아닌 이슬비가 내리면서 오히려 산행의 운치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이번 코스 가운데 가장 높은 오름인 민오름(642m)을 오른다.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라는 노래가 생각날 정도로 수풀이 우거진 탐방로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앓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참가자들끼리 "미끄럽다", "머리를 조심하라"고 배려하면서, 정상에 도달했을 때는 일행이 마치 전우애처럼 느껴졌다. 이권성 소장은 "이번 코스는 장마철을 맞아 '비를 맞으며 가기 좋은 곳'으로 구성했다"며 "다행히 예보됐던 큰비가 아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이슬비가 내려 코스 구성의 의미를 더해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는 13일 열리는 6차 에코투어는 남조로~물영아리 앞 마흐니숲길~의귀천길~수직동굴~마흐니오름~숲길~마흐니옆오름~사려니길~남조로 등의 코스로 진행된다. 송은범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