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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법농단의 진실 기록
권석천 기자의 '두 얼굴의 법원'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9. 08.23. 00:00:00
2012년 대법원에서 역사적인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2013년 일본 전범기업의 재상고가 접수돼 2018년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간 사건은 대법원에 묶여 있었다. 그 사이 원고 9명 중 8명이 숨지고 말았다. 이후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정부가 저지른 사법농단이 드러나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결국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들은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저자는 사법농단이 '양승태 코트(court)'의 일탈이 아니라 대법원장 중심의 법원 시스템에서 파생될 수밖에 없는 조직논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당시 법원행정처가 중심이 되어 판사를 뒷조사하고, 법관들의 인터넷 카페를 사찰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같은 법원 내 학술 연구단체를 해체시키기 위한 연구와 조직적인 탄압도 자행됐다. 재판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이 만들어지고, 청와대와 국회를 어떻게 움직일지 브레인스토밍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 일을 한 주체가 바로 판사들이었다.

베테랑 기자인 권석천의 '두 얼굴의 법원'은 사법농단에 대한 최초의 심층 기록이다. 보수적인 신문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보적 논조의 명칼럼을 썼던 저자는 부당한 지시에 저항해 사표를 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베일을 벗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탄희 전 판사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랜 법조기자 생활에서 만났던 다양한 취재원의 증언을 듣고, 재판을 취재하고,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다.

이 같이 폭넓은 취재 과정을 거친 저자는 사건이 처음 불거질 당시의 상황과 세 차례에 걸친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판사 이탄희가 왜 두 번의 사표를 내야 했는지 알게 되고, 한국 법원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도 목격할 수 있다.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내막은 이 재판이 한일 간의 마찰을 넘어 시민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사법농단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창비. 1만8000원. 표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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