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수로길을 걷는 에코투어 참가자들의 발걸음. 강희만 기자 처서 지나니 숲에도 가을 '성큼' 푸른빛 하원수로길 신비감 더해 숲에서 계곡까지 '오르락 내리락' 건천 트레킹서 만난 야생화 향연 '처서'가 지나니 가을이 왔구나 싶었다. 아침저녁 감도는 선선한 기운이 뜨거웠던 여름과의 작별을 알렸다. 가을의 문턱, 이 즈음 만난 숲은 더 싱그러웠다. 여름 내내 빛을 한껏 받은 나무는 여전히 짙푸르렀고, 숲안으로 불어온 산들바람은 남은 더위를 몰아냈다. 지난달 24일 제9차 에코투어는 1100도로 영실주차장에서 하원수로길, 고지천, 언물, 표고밭길, 궁산천길, 한라산둘레길을 지나 무오법정사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시원한 날씨 덕에 참가자들의 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그 길 위를 걷자니 옛 사람들의 삶을 되짚는 듯했다. 굶주림에서 벗어나려 물길을 내는 데 흘렸을 무수한 땀방울에 고개가 숙여졌다. 푸른 이끼에 뒤덮인 수로길은 숲의 신비함을 더하기도 했다. 지금은 제 역할을 잃었지만 숲속 내리막에 끝없이 이어진 초록빛 길은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으로 남았다. 하원수로길에서 방향을 틀어 고지천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숲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가는 길에 만난 적송은 거대한 몸으로 하늘에 닿을 듯 긴 가지를 뻗어냈다. 숲과 함께해 온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궁산천을 따라 걷는 참가자들. 동충하초. 강희만 기자 고지천에서 얼마 안 가 언물에 다다랐다. 바위 아래 작은 우물 같은 틈에서 물이 솟았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언물은 1년 내내 물이 나올 정도로 수량이 풍부해 주변에 표고 재배 밭이 많았다"며 "인근 휴양림에서도 이 물을 끌어다 쓴다"고 말했다. 언물 인근에서 만난 표고 재배 흔적. 강희만 기자 궁산천에 도착해선 숲을 잠시 벗어나 계곡을 따라 걸었다. 날씨가 도와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소장은 "몇 해 전에 같은 코스로 에코투어 일정을 잡았는데 하천 범람으로 고지천을 건너지 못해 코스를 변경해야 했다"며 "궁산천은 가을이면 건천 트레킹을 하기 좋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탐방 중에 만난 붉은창싸리버섯. 강희만 기자 올해 아홉번째 에코투어는 궁산천변을 따라 걷다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코스로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 끝에서 만난 제주의 최초·최대 항일운동 발상지인 무오법정사가 이번 코스의 의미를 더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에코투어는 제주의 자연, 그 속에 숨은 문화·역사를 만나는 것을 넘어 함께 발맞춰 걸으며 소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동충하초. 강희만 기자 정정순(54·경기도 안양시)씨는 "나 혼자 갈 수 없는 길을 길잡이와 함께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 올수록 더 좋다"며 "제주의 자연을 걸으면서 우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자연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2019 제주섬 글로벌 10차 에코투어는 오는 7일 진행된다. 비자림로 입구에서 숲길~이덕구산전~표고밭길~천미천~양하밭~숲길~삼다수숲길~말찻오름~숲길~붉은오름휴양림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김지은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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