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문화예술공간 '아이' 개관 기념 공연. 내달 선보일 '한라산' 역시 무대와 객석 구분없이 아이처럼 모두가 공연자가 되길 바라며 준비되고 있다. 사진='아이' 제공 무용가·안무가 곽고은 대표 너른품 제주서 ‘모두의 예술’ 내달 협업공연 '한라산' 준비 섶섬과 문섬이 바라다보이는 집이었다. 그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 뒤 그 바다에 눈길을 두곤 했다. 어느 날은 거짓말처럼 서귀포 앞바다에 뛰노는 7마리 돌고래를 목격했다. 바다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한라산이 다가왔다. 하늘의 구름은 또 어떤가. 제주섬에 불어대는 바람이 구름의 모양을 만들고 때로는 얼굴 등 갖가지 형상을 그려내는 순간은 그대로 신화의 세계인 듯 했다. 2년 전 서귀포에 둥지를 튼 무용가이자 안무가 곽고은씨.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댄스컬렉션 수상자로 서귀포시 강정동(이어도로 735번지 2층)에서 문화예술공간 아이(aie)를 운영하고 있는 그가 '한라산'이란 이름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한라산이라는 '큰 품'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협업해 저마다 간직한 삶의 서사를 춤과 음악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사진 스튜디오로 썼던 공간을 빌려 조성된 '아이'는 'art in everyone'의 영문 약자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는 뜻을 품었다. "예술가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 안에 살아숨쉬는 예술성을 발견하고 아이와 어른 모두가 화합하며 예술로 소통하는 장"을 꿈꾸며 세워졌다. 무엇보다 딸을 낳아 키우는 동안 아이는 그 자체로 예술가라는 걸 '발견'했다는 곽 대표에게 '아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4월 개관 기념 공연에 이어 10월 3일 오후 5시 선보이는 '아이'의 두번째 작품인 '한라산'은 곽 대표의 안무 노트가 있지만 가시리에 거주하는 무용가, 워킹홀리데이로 제주를 찾은 청년, 제주대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 '그대로의 제주가 아름답다'는 문화기획자가 각자의 언어로 공동 창작하고 출연한다. 소규모 아카시아밴드를 이끄는 곽 대표의 남편은 음악을 맡았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되는 게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이 같이 어울리는 공연이 되었으면 해요. 그 날은 관객들도 공연자가 되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관람하라고 타이르는 공연이 아닙니다. 지난 개관 행사 때도 아이들이 무대로 나와 노는데 그것이 마치 공연의 한 장면처럼 보였어요." 통유리로 바깥이 훤히 내다보이는 '아이'는 한쪽 문을 열면 한라산 백록담이 눈에 걸리는 곳이다. 날씨가 받쳐준다면 '전체 관람가'인 '한라산' 공연에서 실물의 한라산이 무대 세트가 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곽 대표는 이즈음 예술놀이 워크숍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아이' 주최로 정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여력이 안되지만 공간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작은 워크숍을 꾸려왔다. 그는 '아이'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여러 움직임이 일어나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서귀포시 도심권인 신시가지 인근에 들어선 만큼 도시형 마을 공동체를 가꾸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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