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숲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 강희만기자 시안모루·북받친밭으로 불리는 제주4·3유적지 '이덕구 산전' 움막·무쇠솥 등 당시 생활 흔적 경쾌한 빗소리와 흔들리는 나무 말 없이 걷다보니 마주한 침묵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 6시간이 넘는 산행을 마무리한 순간에야 야속해 보이던 빗줄기가 경쾌하게 느껴지고, 나무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그들의 환호로 느껴졌다. '숲의 흥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제10차 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비자림로 입구에서 숲길~이덕구산전~표고밭길~천미천~양하밭~숲길~삼다수숲길~말찻오름~숲길~붉은오름휴양림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진행됐다. 오름을 오르는 것보다는 경사가 없는 숲길을 걷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 태풍이 몰고온 비구름으로 많은 비가 예보돼 탐방객들의 얼굴에는 조금씩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천미천 우비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고, 천미천을 건너다 보니 불쑥 '이덕구 산전'이 나왔다. 이덕구 산전 '시안모루', '북받친밭'이라고도 불리며, 움막을 지었던 흔적이나 취사를 했던 무쇠솥 등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금이야 도로가 뚫려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아주 깊은 산 속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무장대의 고난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졌다. 양하꽃 비를 맞으며 한 참을 걷다보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 삼나무 숲 속에서 다같이 비에 젖은 도시락을 먹는다. 빗물에 밥맛이 떨어질까 허겁지겁 먹는데, 이덕구 부대도 이런 식으로 산 속에서 곡기를 달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으름난초 씨방 이권성 소장은 "당초 예정됐던 7일에 왔더라면 추석 명절 전이라 제사상에 올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양하는 어차피 가을이되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채취를 많이 해도 뿌리나 잎을 건들지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삼다수숲길과 말찻오름, 다시 숲길로 이어지는 마지막 코스에서는 굵은 빗줄기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만 주위에 맴돈다. 빗소리에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뿐더러 몸도 지친 탓에 앞에서 걷는 사람의 발꿈치만 쫓아 걷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잔나비걸상버섯 털사철 난 한편 오는 10월 5일 진행되는 제11차 에코투어는 1100도로~18림반~색달천~옛 표고밭길~망월악~샛오름~족은삼형제오름~한대오름~한라산 둘레길~18림반으로 이뤄진 코스에서 진행된다. 송은범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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