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눈먼 통치자들 3000년간 나라 망치기 "인류는 모든 영역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통치술만은 다른 영역에 비해 별다른 발전 없이 정체된 느낌을 준다. 지혜란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통치의 영역에서는 그러한 지혜와 상식과 유용한 정보 따위가 정당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꺾여 버리곤 한다. 고위관리들이 종종 이성이 지시하고 분별 있는 이기심이 시사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냉철하게 사고하고 명민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두 번의 퓰리처상 수상자이면서 20세기 최고의 역사가로 평가받는 바바라 터크먼은 '독선과 아집의 역사'에서 역사상 주요한 사건들을 풀어내며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아집과 독선으로 지나친 권력을 불태우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만 숱한 통치 사례를 세계 역사의 주요 사건을 토대로 생생히 그리고 재미있게 다룬다. 앞의 인용문은 머리글 없이 시작되는 이 책의 본문을 여는 글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진 뒤 권력에 눈이 먼 통치자들이 한 나라를 어떻게 망하게 했는가를 설명해 나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키워 경찰국가로 군림해온 미국은 대통령이 무려 다섯 번이나 바뀔 동안 베트남에서 악전고투를 계속했다. 많은 이들이 무지를 그 요인으로 꼽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비밀정보기관은 유능했고, 특별조사단이 몇 차례 파견된 결과 전쟁이 미국의 대외위신과 국력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많은 증거를 확보했지만 정책입안자들이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아둔함의 원형인 트로이의 목마, 면죄부를 판매한 레오 10세, 부관참시까지 당한 클레멘스 7세 등 권력에 눈이 먼 오만한 통치자들을 살피고, 이 같은 일이 이어진 3000년 아집의 역사를 기술했다. 뉴욕타임즈는 이 책을 "정부의 죄악과 독선, 그로 말미암아 고통을 겪은 국민들의 불행을 다룬 경고의 책"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저자를 "기만과 위선, 자만심의 가면을 벗겨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평가했다. "20세기 역사가 가운데 이렇게 광범위한 독자층을 가진 사람은 바바라 터크먼뿐"이라는 보그의 호평도 있었다. 조민·조석현 옮김. 자작나무. 1만8000원. 표성준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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