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일 년의 절반을 집이 아닌 곳에서 보낸 동력은 대개 미술이었다. 스스로 선택해 떠난 길이었지만 출장처럼 의무감을 갖고 미술관, 갤러리, 작가 스튜디오 등을 바지런히 찾아다녔다. 혼자서 블로그에 짤막한 사진과 소회를 남겨 그 여정을 담아냈고 미술전문지와 패션지, 한라일보와 같은 일간지에도 그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현대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글로벌 문화예술잡지 '씨위드' 발행인 이나연씨가 미술이 있는 곳으로 떠난 여행과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공항에서 출국해 여행을 마치고 입국하는 과정이 연상되는 편집 디자인으로 엮은 '미술여행-지금 국경을 넘어야 할 특별한 이유'다. 저자가 앞서 펴낸 '뉴욕 생활 미술 유람기' 등이 그곳에 거주하며 보고 느꼈던 걸 적었다면 이번에는 뉴욕을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한 작품에 얽힌 체험을 기술해놓았다. 미술에 대한 최신 소식까지 담겨있어 생소한 작가나 장소도 독자들이 좀 더 가깝게 여길 수 있도록 했다. 은빛 표지의 '미술 여행'이 닿은 곳은 대서양 유럽에서 태평양을 넘어 미국까지 걸쳐 있다. 베니스, 마드리드, 파리, 런던같은 유명한 도시에서 뮌스터, 마이애미처럼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은 도시까지 미술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연결됐다. 파리 팔레드도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베니스비엔날레, 뉴욕 모마, 마이애미 엑소더스까지 그 현장이 생생하고 미술의 거장인 피카소, 메리포핀스의 주인공 비비안 마이어,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끈 데이비드 살리 등 작가에 얽힌 사연도 만날 수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 한국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도 더해졌다. 지난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웠다는 저자의 다음 미술 여행지는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햇수로 3년 동안 이 책을 제작했는데 유럽과 미국만으로 이미 분량이 채워져 아시아 지역까지 챙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 고지도에 표시된 제주 옛 지명에서 이름을 딴 켈파트 프레스에서 나왔다. 1만80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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