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생산·운반 등 분류 감산리 도구도 따로 정리 그가 목격한 어느 국립박물관의 풍경. 한반도 동해안 어느 곳에서 연어를 찔러잡는 '무시'라는 창을 골동품 가게에서 사온 뒤 대관령 지역에서 멧돼지를 잡는 삼지창으로 둔갑시켜 전시하고 있었다. 박물관 도록에도 똑같은 설명이 달렸다. 그는 언젠가 이를 사실로 믿고 교과서에도 실릴 거라며 개탄했다. 제주 민속학자 고광민이 공동 문화유산인 도구를 찾아 나서며 이전 자료를 깁고 보태는 일을 지속하는 이유다. 도구에 대한 육하원칙을 기록하는 일은 고사하고 그것들이 마구잡이로 골동품 가게로 팔려나가는 현실인데다 도구를 조사하고 연구해야 할 박물관은 정체불명의 그것들을 가져다 전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광민의 신간 '제주도 도구의 생활사'는 삶에 필요한 자원을 자연에서 마련해 살았던 '원초경제사회'를 배경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 도구를 만들고 썼는지를 살펴본 저서다. '섬사람들의 삶과 도구' 등을 통해 일찍이 도구를 붙잡아온 그인 만큼 한걸음 더 깊어진 연구 결과물을 사진을 곁들여 묶어냈다. 앞장에 놓인'의식주 도구의 생활사'는 뭍까지 다다른 그의 연구 활동을 살려 제주모자, 서울모자처럼 한반도와 비교 고찰한 내용이 실렸다. 그는 제주도의 전통적인 모자 털벌립, 정동벌립, 대패랭이가 기능과 실용을 강조한 남녀 공유물이었다면 한반도의 전통적인 모자인 갓은 권위와 멋을 강조한 남성 전유물이었다고 했다. '탐라순력도' 속 해녀를 통해 생산 도구 등을 들여다본 글은 '생산 도구의 생활사'편에 수록했다. 방울, 낙인 등 제주 방목 문화와 관련한 삶과 도구 문제도 같은 장에 다뤘다. '운반 도구의 생활사'에서는 인력, 우력, 마력, 구덕과 차롱의 전승 실태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제주시 도련2동 변규서옹의 '맨촌구덕'과 '맨촌차롱' 제작 방법도 담겼다. 맨촌으로 불리던 도련2동은 제주에서 명품 대그릇을 생산했던 마을이다. 저자는 맨촌구덕과 맨촌차롱에 대한 제주도무형문화재 지정과 보유자 지정이 부결되었던 일을 언급하며 이는 세계적인 무형유산 계승의 단절을 낳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20년 전인 1999년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민속자료실' 도구를 조사·정리한 원고도 고쳐 실었다. 감산리에 전승되었던 도구를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생산과 생업도구, 운반 도구 등 기능적으로 분류했고 거기에 대한 설명을 다시 붙였다.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총서. 한그루. 2만5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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