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양저우에 교환교수로 나가있을 때 잘 가던 음식점이 있었는데, 상호가 바로 '식위천'이었다. 원래 이는 '사기·역생육가열전력生陸賈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한말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다투고 있을 때 전세가 기울자 유방이 성고成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려고 했다. 그러자 모사였던 역이기력食其가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이 있는 그곳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 것을 주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식량)을 하늘로 여깁니다(王者以民人爲天,而民人以食爲天)." 백번 옳은 말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자체가 백성이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도록 하는 것(온포溫飽) 아니겠는가? 그것을 하지 못하면 임금이 아니다. 서태후 밥상 중국음식에 대해 앞서 세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다시 세 가지를 덧붙인다. 넷째, 취찬聚餐과 반국飯局. 취찬이나 반국이나 모두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회식이나 연회의 뜻이다. 흥미로운 말은 반국이다. '국局'은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바둑이나 장기판, 또는 바둑이나 장기 한 판 승부 등의 뜻이 있다. 승부에는 판세를 살피는 것이 관건이니 형세란 말이 나오고, 판을 벌이면 꿍꿍이나 속임수가 난무하기 마련이니 계략, 올가미라는 뜻이 붙었다. 그렇다면 왜 밥에 꿍꿍이와 올가미가 붙은 것일까? 삼국지연의 속 조조와 유비 ‘반국’에 담긴 올가미 의미는 속셈이 있는 연희 뜻 부각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보면 조조와 유비가 청매실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서 당시 영웅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靑梅煮酒論英雄)이 나온다. 역사서인 '삼국지三國志' '선주전先主傳'에 조조가 유비와 술을 마시면서 천하의 영웅은 나와 그대뿐이라는 말을 흥미진진하게 각색한 내용이다. 유비는 그렇지 않아도 틈을 봐서 조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데, 영웅이라고 하다니. 유비는 놀라 젓가락을 놓치고 만다. 바로 그 때 번개가 치더니 이내 천둥이 울린다. 홍문연은 싸움인가? 회식인가? 음식이 하늘이라는 이름의 호텔 다섯째, 연년유여年年有餘와 백운봉조白雲鳳爪. 연년유여는 말 그대로 해마다 식량이며 재물이 남아돌 정도로 풍요롭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전통적인 길상吉祥, 기복祈福을 바라는 대표적인 말이다. 이와 관련된 그림에는 여지없이 잉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고기가 그려져 있기 마련이다. 이는 '여餘'와 '어魚'가 똑같이 '위'로 같은 발음에 성조까지 같기 때문이다. 뱀과 고양이로 만든 용호투 길상 문양 등 활용 ‘박쥐 복’ 용호투 등은 재료 짐작 안돼 광동인의 보양음식 탐구 열정 중국 음식은 주로 3개나 4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은데 음식 이름에서 재료나 조리법, 재료모양 등을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워낙 가짓수가 많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음식을 이름만 보고 알 수는 없다. 예컨대 백운봉조, 용호투龍虎鬪, 불도장佛跳牆은 어떤 음식일까? 복건성 복주의 전통 보양음식인 불도장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스님도 그 맛에 반해 담장을 넘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라는 뜻을 아는 이가 적지 않다. 흰 닭발로 만든 백운봉조 여섯째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다. 일반적으로 먹는 것이 약이 된다는 의미로 음식이 곧 약과 같으니 양자 사이에 구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약이 되는 음식의 뜻인 약선藥膳과 유사하되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다. 전설상의 임금인 신농神農이 온갖 약초를 맛보면서 비로소 백성들이 먹을 것과 먹지 못할 것을 알게 되었다는 그야말로 전설이 있으니 그 유래가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쥐 문양과 거꾸로 쓴 복자 스님도 좋아한다는 불도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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