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만에 가족을 찾아 오열한 할머니를 위로하는 손자. 송은범기자 유족들은 70여년 만에 유골함으로 돌아온 부모·형제를 쉽사리 놓아주지 못했다. 애써 자리로 돌아갔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제주4·3 당시 실종돼 생사를 알 수 없었던 12명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제주4·3평화재단은 22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유해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등지에서 발굴된 것이다. 이날 신원이 확인된 유해 12구는 1949년 군법회의 사형수 2명, 1950년 예비검속 희생자 6명 등 12명이다. 여기에 2018년 신원이 확인됐지만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몰랐던 유해 2구도 이번에 형제관계가 확인됐다. 7살 때 예비검속으로 아버지 故고완행(1917년생·대정 무릉)씨를 잃은 고영자(77) 할머니가 유골함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7살 때 예비검속으로 아버지 故고완행(1917년생·대정 무릉)씨를 잃은 고영자(77) 할머니는 "아버지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한참을 울었다. 어디서 찾았냐고 하니 제주공항이라고 하더라"면서 "생전 아버지는 한 번 손을 잡으면 놓아주지 않을 정도로 나와 당시 11살 난 언니를 아꼈다. 비록 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나라도 살아서 아버지를 모실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비검속으로 친형 故김영하(1932년생·서귀포 토평)씨을 잃은 김영우(83) 할아버지는 "19살에 목숨을 잃은 형님의 유골함을 보면서 기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는 생각에 애통하기도 하다"면서 "아직도 많은 유족들이 어디서 죽었는지 모를 부모·형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유해가 발굴되고, 신원확인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했다. 보고회장으로 들어서는 희생자 유골함. 이상국기자 한편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등지에서 발굴된 405구의 4·3희생자 유해 중 이번 12구를 포함해 총 133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제주도는 현재 유족 채혈 등 신원확인을 위한 작업을 계속 실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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