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림공원 제공 추사부터 영화까지 다양한 이야기 품어 한림공원 수선화 축제 50만 송이 '만개' 오는 16일까지…함께 핀 매화도 볼거리 추사 김정희(1786년~1856년)는 2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연경(베이징)으로 갔다가 처음 수선화를 접한 뒤 가장 사랑하는 꽃으로 수선화를 꼽았다. 수선화 자체가 한반도에서는 귀한 꽃으로 취급되는데다, 당시 선비들 사이에서는 수선화 구근을 얻어다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추사가 아버지에게 받은 수선화를 다산 정약용에게 선물해 정약용이 이와 관련된 시를 지은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1840년 유배를 위해 제주에 왔을 때 추사는 생경한 광경을 목격한다. 귀하디 귀한 수선화가 지천에 널려 있음에도 토착민들은 농사에 방해가 되는 잡초로 취급해 뽑아서 버리는 것이었다. 당시 추사는 '제 아무리 고고해도 뜰 밖에 나서지 못하는 매화보다 낫다'고 수선화를 찬양하는 한편 '이것이 귀한 줄을 몰라서 우마(牛馬)에게 먹이고… 사람들은 호미로 파내도 다시 나는 이것을 원수 보듯 하니 물(物)이 제자리를 얻지 못한 것이 이와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수선화가 쓸모 없는 잡초 취급을 받는 모습이 자신의 처량한 유배 생활과 동일시한 듯한 평가다. 이후 9년 동안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한 추사는 이 서러움을 예술로 승화해 '추사체'라는 서예사에 가장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영화에도 수선화와 관련된 명장면이 있다. 2003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에서 나온 것인데, 주인공이 흠모하는 여인의 집 앞에 몰래 1만송이의 수선화를 심어 프로포즈하는 장면이다. "저를 잘 모르시잖아요"라는 여인의 물음에 주인공이 말한 "남은 인생 동안 천천히 알아가면 돼요"라는 대사는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화 '빅 피쉬'의 한 장면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수선화가 지금 제주에 만개했다. 오는 16일까지 한림공원에서 '수선화 축제'가 개최되는데, 영화 속에 나온 1만 송이보다 훨씬 많은 무려 50만송이의 수선화가 꽃을 활짝 피어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한림공원에 핀 수선화는 꽃 모양으로 만든 잔 받침대에 금술잔을 올려놓은 모습을 닮았다고 해 '금잔옥대'라고 부르며, 추사도 이 금잔옥대를 가장 사랑했다고 한다. 축제장에는 활짝 핀 수선화 말고도 수선화와 관련된 시화전과 인증샷 이벤트도 개최된다. 한림공원 관계자는 "활짝 핀 수선화의 아름다운 향기, 고고한 매화의 기품까지 곁들여 성큼 다가온 봄의 기운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림공원에서는 4월 튤립, 5월 야생화·부겐빌레아, 6월 수국, 7·8월 연꽃, 9월 꽃무릇, 10월 코스모스·핑크뮬리, 11월 국화, 12월 애기동백 등 계절별로 피어나는 꽃을 주제로 축제를 개최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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