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오름 정상에서 북쪽으로 눈쌓인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문미숙기자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며 제주의 일상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이럴 땐 가급적 외출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에 캐리어를 끈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제주 곳곳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혹시나'하는 불안감에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집안에서만 지내기가 답답하다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 많은 곳은 신경쓰인다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면서도 겨울이지만 푸르름을 한껏 뽐내는 2월의 편백나무 숲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서귀포시와 성산읍을 잇는 서성로 북쪽의 남원읍 한남리 산14번지에 야트막한 고이오름이 있다. 40년생 편백나무 7만여그루가 빽빽하게 군락지를 이룬 오름인데, 도내 오름 중 몇 안되는 사유지로 편백숲으로 들어가려면 토종흑염소목장을 지나야 한다. 사유지인 고이오름에는 40년생 편백나무 7만그루가 군락을 이뤄 하늘을 찌를듯 자라고 있다. 정상으로 오르기 전 오름 둘레를 한바퀴 돌 수 있게 된 오솔길코스를 따라 걸었다. 코를 휘어감는 향긋한 냄새는 편백나무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다. 식물이 병원균과 해충, 곰팡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함유한 나무가 바로 편백나무다. 편백이 우거진 숲에서 깊이 심호흡을 하며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면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심폐기능 강화, 녹음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등 인체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숲 치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웰빙'이 화두인 이즈음 편백나무가 더욱 각광받는 이유이리라. 오름 입구에 조성된 제주토종흑염소 체험장에서는 매시 정각에 수 백마리의 흑염소가 코스를 따라 줄지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10분 남짓 걸었나 싶을 즈음 눈앞에 정상이 펼쳐진다. 산불방지기간으로 산불초소를 지키는 김석희씨가 있다. 5년 전부터 해마다 이맘때면 고이오름에서 근무한다는 그는 "전에는 이 곳에서 몇 달을 근무해도 사람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탐방객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흑염소에게 먹이주기 체험을 하는 관광객. 고이오름은 둘레길에서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이면 충분한 부담없는 숲길이라 더 좋다. 또 편백숲에서의 힐링이 끝이 아니다. 숲에서 내려오면 바로 3000마리의 토종흑염소를 키우는 목장에서 아기자기한 체험거리를 만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매 정시마다 흑염소 먹이몰이가 진행되는데 '땡땡땡~' 종이 울리면 수 백마리가 한 줄로 늘어서 코스를 따라 내달리는 모습은 제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이색풍경이다. 또 수령 500년의 구실잣밤나무에 저마다 소원을 써서 매다는 등의 체험거리를 선보이면서 올해부터는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입장객에게는 편백 잎과 줄기에서 추출한 원액으로 만든 편백수를 제공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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