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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석의 한라칼럼] 서비스의 기본을 생각하다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02.18. 00:00:00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찾았다. 2018년 개관식 이후 전시작이 바뀌기도 해 가족들과 함께 한 두 번째 방문이었다. 이 전시관은 벙커의 비밀스러움과 화려하고 신비한 미디어아트의 조화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이끄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첫 전시에 55만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지난 12월에 선보인 두 번째 전시는 벌써 10만명의 관람객이 찾으며 예술의 향기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입구에서부터 불쾌한 감정과 마주해야 했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을 진행요원이 막무가내로 막아섰다. 주차장이 협소해 차량의 진입을 막는다면, 관람을 위한 기본적인 안내를 해야 함에도 차를 세우지 못하게 막아설 뿐이었다. 결국 멀리 갓길 주차를 해 전시공간까지 걸어 올라갔다. 셔틀버스가 운행되지만 운행시간에 대한 안내도 부정확했고, 도보로 10여분 거리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걷다 보니 분명히 입구에서 차량 진입을 막는데, 걸어가는 무리들 뒤에서 꽤 많은 수의 차량이 전시관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 차량들은 십여 명의 제지를 뚫었거나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우회로를 이용했을지 모른다. 혹은 주차 공간이 비어서 운 좋게 통과됐거나 관계자 차량일 수도 있다. 그래도 걷는 발걸음이 꽤 무거워졌다.

매표소에서는 언성이 높아졌다. 막 입시를 치른 아이에게 성인요금을 청구했다. 근거를 물었더니 업체의 내규이고, 2001년 이후 출생자는 성인요금을 받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성인요금을 지불했지만,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전시 관람은 민사이니 민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고, 민법상 성년은 만 19세이다. 나중에 그 업체의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청소년의 나이를 14세에서 19세로 표기하고 있었다. 설령 이 업체가 만 나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양보하더라도, 그 내용을 관람객이 인식할 수 있게 표기했어야 한다. 내가 그 업체의 내규를 어떻게 알겠는가. 인간 심리가 작은 일에 기분이 상하는 법이다. 간혹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태도를 넘어서 다시는 오지 말라는 태도를 접할 때가 있다. 내가 안 간다고 해서 그리 큰 타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안 가는 마음이 모여서 평판이 되고 미래의 결과를 결정한다. 워렌 버핏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고 했다.

위기의 제주이다. 코로나19는 사람의 육체보다 마음에 공포와 불신이라는 치명적인 감염증을 남기고 있다. 텅 빈 비행기 좌석, 인적 뜸한 관광지, 소비가 사라진 지역 경제. 우리가 그동안 누려왔던 그 호황은 외부 요인에 이리도 취약하다. 그동안의 호황이 우리 내부의 능력이 아니라 외부에 의해 주어진 것이어서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위기의 시간이 기본을 다지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서비스의 기본을 다지고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 그 출발점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고, 소소한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고객이 응답한다. 그 바탕 위에서 제주는 안 와도 그만인 곳이 아니라 다시 찾아와야 하는 곳이 된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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