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거권이 주어지는 21살에 총선 후보로 나선 아야크 마요크. 고등학교 때 받았던 직업교육이 그의 출마 계기였다. 정부가 15~18세 학생들의 직업교육 예산을 무려 1억9000만 유로(한화 2500억원) 삭감했기 때문이다. 아야크는 그같은 정치 협상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없었다는 데 문제 의식을 느꼈다. "우리 학생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배제된 겁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한 거지요." 지난해 12월, 세 번째 여성총리이자 최연소인 34살 산나 마린 총리를 배출한 북유럽 핀란드의 이야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동영상 채널에 소개된 핀란드 청소년 정치 참여 사례를 보면 현역 최연소 총리의 탄생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15세부터 정당 청년조직 가입이 가능한 그곳에서 만난 10대들은 이민자들이 아무 일도 하지않고 핀란드에서 주는 지원금으로만 생활한다는 거리 집회의 연설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어른들이 세상을 망치는 걸 보는 데 지쳤어요." 지방자치단체에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청소년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 핀란드에선 어릴 적부터 학교급식,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정책, 예산 분배 등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아동·청소년기부터 의사 결정 과정에 작은 단위든, 큰 단위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을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 12월 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바꾼 공직선거법이 통과되면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로소 '교복 입은 유권자'가 등장하게 되었다.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에서 투표권을 갖는 이들이 생겨난 것인데 전국적으로 14만여 명, 제주는 1700여 명에 이른다. 선거 연령이 낮아지자 정치권 일각에선 곧바로 '교실의 정치화'를 내세우며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등교는 고사하고 학교급·학년별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가까스로 시행한 터라 이번엔 머쓱한 주장이 되어버렸지만 다음 선거에서 정치인들이 또다시 청소년 투표 확대에 따른 유불리를 셈하며 공방을 벌일 공산이 크다. 18세 선거권을 두고 일부에선 애써 '혼란'을 입에 올리지만 제주 청소년들은 이미 2년 전 이를 두고 토론회를 했었다. 2018년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 자본 토론대회'의 주제가 '18세 선거권 하향 조정 필요한가?'였고 10개 고등학교 17팀이 참가해 토론을 펼쳤다. 정작 준비되지 않은 건 기성세대들인지 모른다. "선거연령이 낮아지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권리'가 현실정치에 반영되기 어렵다. 지금 자원을 다 써버리면 미래 세대는 무엇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하승우의 '정치의 약속')란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4월 10~11일 총선 사전투표율 집계 결과 역대 최고인 26.69%를 기록했다. 제주는 평균보다 낮은 24.65%였다. 생애 첫 선거권을 가진 청소년들이 사전투표소로 얼마나 향했는지 모르겠으나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이틀 후면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이다. <진선희 교육문화체육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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