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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 국립공원 50년, 미래 100년] (5·끝)한라에서 백두까지
한라산은 제주발 대북교류 거점으로 역할 기대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04.14. 00:00:00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위)과 백두산 정상의 천지(아래 사진)는 하나인 우리 민족처럼 닮아있다. 제주발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재개된다면 제주는 통일의 중심이고 선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강경민 작가

한라산의 핵심가치 담은 비전으로
아름다운 한라산! 세계인의 보물로!
남북관계 교착되면서 2010년부터 교류 전면 중단
원희룡 도정 ‘5+1 대북교류사업’ 전격 제안 기대감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 주목

한라산과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그래서 민족의 조종산이라고도 한다. '한라에서 백두까지'가 상징하듯 남북교류는 한라산과 백두산을 떼어놓고 상상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9월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 두 손을 맞잡은 것을 기억할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백두산 천지에 함께 오른 남북정상의 모습은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강경민 작가

이보다 앞서 2018년 4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기념식수하고 그 곳에다 남과 북을 상징하는 민족의 영산인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가져 온 흙과 한강과 대동강에서 가져온 물을 뿌렸다. 남북이 하나가 되었다는 뜻의 합토와 합수가 이뤄진 것이다. 이후 남북관계는 북미회담 등의 교착상태로 다시 난관에 부딪쳤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연구원,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과 함께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년을 앞두고 2018년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를 수립하는 용역에 나섰다.

이 용역을 통해 한라산의 핵심가치를 담은 비전으로 '아름다운 한라산! 세계인의 보물로!'가 제시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은 ▷자연환경보전과 환경가치 창출 ▷역사·인문자원보전과 천년문화 창출 ▷미래지향적 탐방관리와 국제브랜드 가치 제고 등이다.

이에 따른 10대 핵심 과제로는 ▷한라산의 국제 브랜드 가치 제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 학술교류 사업 추진 ▷한라산 아카이브 구축 ▷한라산 기후변화 대응 ▷미래지향적 관리시스템 구축 ▷한라산 국립공원지정 50주년 기념사업 준비 등이 언급됐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른바 제주발 남북교류다. 그 긴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제주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1998년 감귤보내기사업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진행돼 오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이후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위해 이른바 '5+1'대북사업을 전격 제안하는 등 제주가 통일시대에 대비해 대북교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제주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지난 1998년 감귤보내기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회에 걸쳐 감귤 4만8000t, 당근 1만8000t을 지원했으며 2009년 흑돼지 협력사업도 이뤄졌다. 특히 감귤보내기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남북협력사업의 효시로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비타민 C 대북외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제주도민 800여 명은 4회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다. 2003년 8월 제3차 도민 방북 때에는 한라산연구소와 백두산연구소가 공동학술탐사에 대한 협의가 있었으나 그 이후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외에도 제주마늘 지원사업, 수해복구 의연품 지원, 자전거 보내기 사업도 전개했다.

남북교류는 2010년 천안함 사태에 이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5·24조치를 통해 남북 간 교역 중단, 북한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불허 등 남북교류사업은 냉각기에 빠져들었다. 이후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동력은 급격히 상실된 게 사실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4년 취임 후 제주가 통일시대에 대비해 대북교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제주가 선도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같은 의지와 자신감은 제주가 남북간 지자체 교류협력의 물꼬를 튼 세계평화의 섬으로, 10년 넘게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던 경험과 신뢰에 근거한다.

원 도정은 2014년 당시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위해 이른바 '5+1'대북사업을 전격 제안한다. '5+1 대북사업'은 ▷제주 감귤 보내기 ▷제주-북한 평화 크루즈 운행 ▷남북한 교차 관광 실시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 협력 ▷제주포럼 북측 대표단 참석 등 제주의 5대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북한과 제주의 경험을 나누기 위한 '에너지 평화협력'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원 도정이 북측에 제안한 4대 사업 가운데 가장 실현 가능한 가시권에 있는 사업으로는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이 우선 꼽힌다. 이 사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측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에 연간 수백 만 명이 다녀가고 있음에도 어떻게 고유의 생태와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백두산 화산폭발 징후도 관심사다. 북한으로서도 백두산의 온전한 보전은 당면과제이다.

한라산국립공원 50년을 맞아 제주발 대북교류사업의 거점으로 바로 한라산이 주목을 끌고 있다. 한라산은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로 인증되는 등 생태환경의 보고로서 국제적 수준의 보전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그 노하우를 백두산의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전수해 주자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북민간교류는 남북한 간의 정세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실제 추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제주는 국토의 막내가 아니라 통일의 중심이고 선봉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대북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 그간 지속한 사업을 통해 형성된 제주도와 북한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끝>

글=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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