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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1주년/ 한라산 구상나무 학계 발표 100년의 의미]
"제주 구상나무 가치발굴·체계적 보전연구 강화해야"
최근 10년 사이 해발 1500~1600m 구간 15% 죽어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20. 04.22. 00:00:00

말라죽어가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숲. 사진=한라일보 DB

영국인 윌슨 1917년 10월 31일 한라산서 첫 채집
1920년 하버드대 식물원 연구보고 특산식물 기술

올해는 한라산 국립공원 지정 50년, 구상나무가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한라산과 백록담, '살아서 100년, 죽어서 100년'이라는 구상나무를 빼놓고 제주도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강력한 태풍과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등의 기후변화로 한라산의 생태계가 크게 위협 받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구상나무는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100년 이내 멸종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푸름을 잃고 신음하고 있는 구상나무의 '경고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구상나무가 없는 한라산을 상상해보라.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푸른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구상나무 복원 작업 모습.

▶구상나무, 세계인의 마음에 심다=구상나무의 학명은 아비스 코리아나(Abies koreana E. H. Wilson)이다. 영국출신 식물학자 어네스트 헨리 윌슨은 한국과 자신의 이름을 합성해 이름을 지으며 구상나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1917년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 제주도를 탐사하며 구상나무를 처음 채집했다. 이후 1920년 미국이 하버드대학교 부설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 1호에 구상나무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는 특산식물이라는 점의 특징을 기술하며 세상에 알렸다. 세계인의 마음에 제주 구상나무가 심어진 순간이다. 지금은 크리스마트 트리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을 지낸 김찬수 박사는 몇 해 전, 윌슨이 한국특산 구상나무의 신종 기준표본을 채집한 날인 1917년 10월 31일을 '구상나무의 날'로 정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구상나무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환경 변화로 고사 위기에 몰려 있다. 적설량 부족에 잦은 태풍, 집중호우 등의 기상이변이 구상나무 숲을 위협하고 있다. 구상나무의 보전 여부는 현재 생사의 기로에 서며 지속적인 보전을 담보할 종 복원사업의 성과가 주목된다.

식재되고 있는 구상나무.

증식한 구상나무 묘목.

▶구상나무 종 복원 중장기 계획 사활=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2013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매우 높은 수종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고정군 박사는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전략 마련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의 주제발표에서 2006~2015년 10년 사이 한라산 구상나무림은 15% 감소하는 등 2000년대 이후 감소세가 가속화됐다고 발표했다. 2015년 한라산 구상나무림 전체 면적은 626㏊로, 2006년 738.3㏊에 비해 15.2%(112.3㏊) 줄었다. 특히 가장 넓은 구상나무림을 가진 해발 1500~1600m 구간의 감소 면적이 전체 감소 면적의 32.5%(36.5㏊)를 차지했다. 3그루중 1그루 꼴로 고사했다.

어린나무(치수) 발생상황도 성판악 일대(㏊당 60.0~90.8본)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나 윗세오름과 백록샘 일대는 전무하고 왕관릉 일대에서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고사목 발생에 비해 어린나무의 발생 규모가 작아 구상나무의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라산 구상나무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 전경

이에 대해 세계 최대 군락지를 가진 제주도는 2017년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중장기 실행계획을 수립, 2026년까지 국비 46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의한 생장 쇠퇴 가능성, 병충해 피해 가능성, 기상이변 등 고사원인의 다양성에 대한 피해 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천연갱신에 따른 모니터링 강화와 체계적인 보전을 위한 추진전력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증식한 구상나무 묘목을 고사가 심각한 군락지에 식재해 복원하는 등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복원사업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앞으로 100년, 나아가 1000년을 제주도의 상징물로서 손색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환경정책 추진은 물론 도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백금탁기자

[전문가 리포트 / 고정군 박사] "지속적 보전노력 병행돼야"

고정군 박사

구상나무는 1920년에 우리나라의 특산식물로 보고된 종이다. 이 종은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위기종으로 지정됐다. 1998년에 위기근접종 지정에서 15년 만에 2단계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는 구상나무 숲의 면적이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된 것을 의미한다. 현재에는 야생멸종 전단계인 멸종위기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멸종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종 보전전략 마련을 위한 연구가 2017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연구는 구상나무의 쇠퇴원인 규명과 함께 종 보전매뉴얼을 개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재 한라산에 성숙한 구상나무 34만 여본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모니터링과 함께 쇠퇴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륜분석을 통한 기후변화와 관계 등 다양한 환경적, 생태적 특성과 병해충의 영향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 숲의 쇠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한라산에서의 종 복원매뉴얼의 개발은 중요한 과제이다. 종 복원은 단순히 구상나무를 증식시키고 현지에 식재하는 방법으로는 매우 어렵다. 이는 고지대의 기상에 따른 토양과 생태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노루 등 다양한 피해로 인해 지속적인 생육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는 종 복원매뉴얼은 한라산의 토양오염이나 훼손방지와 함께 생존을 높이기 위해 특수 제작된 용기에 어린나무를 키워 자생지에 옮기는 방법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라산 환경특성을 고려해 3000여본이 시험 식재돼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지만 노루 피해 및 제주조릿대와 경쟁 등 생장을 유지시키기 위한 해결과제도 많다. 2026년을 목표로 하는 복원매뉴얼개발은 한라산의 다양한 지형, 기상 및 식생 등을 고려한 맞춤형 기술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열린 구상나무관련 국제심포지엄에서 외국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것도 한라산의 종 복원매뉴얼개발이다. 아직까지 선례가 거의 없고, 구상나무와 같은 고산지대에 자라는 전나무류의 위기는 국제적으로 공통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의 성공을 위해서도 제주도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공유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상나무의 지속적인 보전은 생물다양성, 자원보전이란 보편적 목표가 아니라도 구상나무가 없는 한라산은 누구나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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