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에 눈독을 들이며 제주도민에게 걱정을 안긴 원희룡 지사의 코로나19 대응이 의외로 합격점을 받는 모양새다. 제주는 하루 수 만명의 내외국인이 드나드는 특성 때문에 전국에서도 확산 우려가 높은 곳이었지만, 현재는 확진자 발생이 가장 적은 곳으로 이름을 올렸고, 몇몇 방역 조치는 모범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하루 만에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으로 나선다고 했을 때는 우려가 컸다. 방역의 주체인 제주도의 수장이 '다른 일'을 한다는 것과 현직 도지사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특정 정당의 최고위원으로 활약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했다가 확진자와 접촉했던 심재철 원내대표 옆에 앉는 바람에 '자체 격리' 신세가 됐을 때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취임 6년 만에 원 지사가 '도민 정서'를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2일 원 지사는 "4년 전에는 제주도지사로 온 지 얼마 안 됐다. 지금은 도민의 정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도지사 신분에 맞는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21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원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때문에 다른 곳(중앙정치)으로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제라도 도민들이 원하는 발언과 행동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새삼 '국민 정서'를 잘 알던 2011년 국회의원 당시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 "그런 식이니 우리가 국민에게 욕을 먹는 것"이라고 책망하던 소신을 다시 한번 기대하게 된다. <송은범 정치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