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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흑인만 보면 짖는 강아지에 비친 우리네 삶
오드렝의 '개조심! 인종차별해요'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5.01. 00:00:00
얼마 전, 독일의 수도 베를린 지하철에서 남녀의 외국인 무리가 한국인 유학생 부부에게 '해피 코로나'라고 비웃으며 물리적인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 차별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독일에서는 축구 경기를 보던 일본인들이 쫓겨났고 뉴욕에선 한국인 유학생들이 길을 걷다가 갑작스레 얻어맞는 일이 벌어졌다. '혐오'라는 바이러스가 코로나19 사태를 타고 창궐하는 모양새다.

인간들만 그럴까. 동물의 세계를 통해 인종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풀어낸 동화가 있다. 초등 3~4학년 대상으로 펴낸 프랑스 파리 태생의 작가인 오드렝 글,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의 '개조심! 인종 차별해요'이다.

어느 날 마엘이 사는 집 앞에 온몸이 새하얀 강아지가 버려진다. 한달이 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마엘네 가족은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한다. 강아지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새끼 고양이'란 뜻을 지닌 마누. 마엘네 가족은 울음소리가 '야옹'하는 것처럼 들린다며 그렇게 붙였다.

귀여운 마누가 생기면서 마엘네 가족에 행복이 찾아드는 듯 했지만 뜻밖의 사건이 터진다. 주말마다 외할머니 댁에 가는 마엘네 가족을 대신해 친구 로랑이 잠시 돌봐줬던 마누가 흑인만 보면 그르렁 거렸기 때문이다. 로랑 엄마는 다짜고짜 소리친다. "인종 차별하는 개를 맡기시면 어떻게 해요?" 이 사실이 학교에까지 알려지며 마엘은 '왕따'가 되어버린다.

동화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흑인만 봐도 짖어대는 강아지 마누를 등장시켜 일상 속 차별의 순간을 보여준다. 흑인을 '까무잡잡한 악당들'이라 부르며 피해 다니는 옆집 오르파니 할머니, 흑인인 이웃과 마주칠 때면 모른 척 고개를 돌리는 앞집 엠마 아빠, 자신이 흑인이어서 늘 인종 차별주의자들과 부딪친다고 고백하는 로랑 엄마의 사연은 차별을 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이웃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곽노경 옮김. 라임.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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