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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혼자였던 아이에게 동생과 친구가 왔다
일본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 시리즈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5.01. 00:00:00
수채화·수묵화 결합 화풍
아이들 섬세한 감정 담아

아이는 혼자 집에 있다. '금방 온다더니 아직이야'라고 독백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방의 공기를 가른다.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마침 창 밖에는 꽃잎을 적시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날은 점점 어두워온다. 아이는 간절함을 실어 '엄마, 빨·리·와'라고 내뱉는다. 좀전에 따르릉따르릉 소리에 커튼 뒤로 숨었던 아이는 다시 전화벨이 울리면 무서워하지 않고 받겠다고 결심한다.

그림책 '비 오는 날 집 보기'는 채 15개도 안되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침묵하는 말들 사이를 채우는 건 물기가 번져있는 듯한 특유의 그림이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애틋한 마음, 혼자 남겨진 어린이의 외로운 감정이 화면 안에 녹아들었다.

일본 그림책을 대표하는 작가인 이와사키 치히로(1918~1974). 2018년 12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리말로 펴낸 '눈 오는 날의 생일'을 시작으로 2020년 여름 완간 예정인 그의 그림책 2~4권 '비 오는 날 집 보기', '아기가 온 날', '이웃에 온 아이'가 나란히 묶였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10대에 배운 스케치와 유화 기법, 20대에 익힌 서예 기법을 접목해 30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벌인 작가다. 수채화와 수묵화를 결합한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는 그는 평생 어린이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고 생전에 반전·반핵운동에 앞장섰다.

'비 오는 날 집 보기'에 이어 '아기가 온 날'에 이르면 엄마가 집을 비운 사연이 드러난다. 엄마는 혼자 집에 있던 아이의 남동생을 안고 마침내 돌아온다. 흔히 동생이 생기면 맏이가 샘을 내거나 토라지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작가는 어른의 지레짐작보다 더 깊고 넓은 어린이의 세계를 그려냈다. 이 작품은 1970년 출간 이래 동생이 태어나는 어린이를 위한 선물로 꼽혀온 일본 그림책의 '고전'이다.

'이웃에 온 아이'는 어린이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치이의 이웃에 이사 트럭이 도착하고 어수선한 이삿짐 가운데 세발자전거가 눈에 띈다. 또래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치이는 개구쟁이 이웃집 아이와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림책 앞·뒤 표지를 펼쳐놓으면 결말이 보인다. 다케이치 야소오 기획, 엄혜숙 옮김. 창비. 각권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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