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공무원의 하소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5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부서가 다섯번 바뀌고, 보직은 벌써 여덟번째라는 내용이었다. 부서별 평균 재직기간은 1년, 보직 근무기간은 평균 8개월도 채 안된다는 푸념과 함께다. 지난해에는 청와대에 "'제발 담당자가 바뀌어 모릅니다'는 식의 행정을 시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접수됐다. 글을 올린 이는 "마을 저수지에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피해를 입었지만 벌써 세번이나 실무자가 바뀌는 바람에 보상은 커녕 설명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공무원들의 잦은 자리 이동으로 파생되는 부작용이다. 각 지자체들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제주라고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2년도 채 안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곳으로 전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주자치도의회 등에서 지적이 잇따르지만 여태 고쳐지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은 많은 문제를 수반한다. 무엇보다 업무 전문성을 갖출 기회가 사라진다. 업무를 익힐만하면 자리를 옮기니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업무 관련 대내외 네트워크도 단절된다.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는 도민·민원인들 역시 제대로된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장기간 근무에 따른 부조리의 소지를 없애고, 고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회비용 치고는 너무 고약하다. 공무원들의 인식 또한 비슷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2017년 46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지방자치단체 소속 일반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2017년 공직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공무원의 업무 전문성 저해요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6%가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을 꼽았다. '공직 전문성 강화 방안'으로는 67.5%가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기회 확대"를 들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결과보고서를 빌어 "직무분석을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상남도는 지난 2017년부터 '전문관' 제도로 순환보직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있다. 보도지원·공직감찰·정보보안·특별사법경찰·비상대비·조선해양산업·투자유치·지출·도시재생·교통영향평가·농지관리·가축 전염병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전문관을 지정, 근무토록 한다. 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정된 날로부터 3년간 근무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수당과 함께 가산점 등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근무 기한이 다소 짧아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래도 유력한 대안일 수 밖에 없다. 다른 지자체들 또한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비슷한 제도를 속속 도입·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문가의 힘을 확실히 인지하게 됐다. 이태원 클럽 출입자들로 인해 다소 전열이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누란의 위기에서 우리 사회를 구한 이들 역시 바로 그 전문가 그룹이었다. 성숙한 시민의식, 의료 종사자들의 헌신적 자기 희생과 더불어 전문가 그룹의 견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전문가의 힘이다. 부조리 감시 시스템의 구축되고, 사회적 인식이 바뀐 만큼 전문가 육성 시스템을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이다. <현영종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